반발과 반응의 차이를 이해하면 삶에 큰 변화가 가져올 수 있다. ©invajy.com
심연희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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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마음
상담을 하러 오게 되는 경우의 대부분은 상처받고 힘들 때이다.
어떤 아이는 엄마 아빠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비판하고 야단만 친다고 펑펑 운다. 자신에게 관심도 없고, 자기 고민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매일 공부하라고 잔소리만 하는 부모가 너무 밉단다. 게다가 맨날 싸움과 고성이 오가는 집에 들어가기가 너무 싫어서 밖으로 돈다고 했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만이 위로가 된다고 했다. 자기가 엄마 아빠 말을 안 듣는 이유는 다 문제 많은 부모 때문이라고 한다. 듣다보니 그럴 만도 하고 그럴 듯도 하다.
어떤 아내는 남편이 입만 열면 욕설을 해서 괴로워한다. 다른 집 남자들은 돈도 잘 벌어오고 집에 와서 아이들과도 잘 놀아주는데, 자기 남편은 자신이 카드 좀 쓰는 것 가지고 쪼잔하게 잔소리를 해댄다. 그게 너무 짜증나서 이혼하고 싶다고 한다. 이해가 가는 면도 없지 않다.
어떤 교인은 자신이 신앙생활을 똑바로 할 수 없는 이유가 교회 때문이라고 한다. 목사님의 말씀에 감동이 없고, 둘러봐도 주위에 본이 되는 사람도 없단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나름의 이유와 논리가 있다. 그런 부모라면 부모 자격이 없고, 그런 남편이라면 버리는 게 나으며, 그런 교회라면 떠나는 게 맞다고 듣기 좋은 소리를 해주고 싶다.

반발 VS 반응
우리가 상처받았다고 느낄 때, 그 상처의 원인은 대부분 내 주위의 사람들이다. 집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우리는 늘 이상한 사람, 나쁜 사람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들과 상대하며 살아가는 동안 선량한 사람이었던 나는 점점 더 분노하고 거친 사람이 되어간다. 내가 이렇게 화를 내는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잠깐 멈추어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상처받았다고 느낄 때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한번 돌이켜보자. 나는 내가 마주한 상황에 화가 나서 반발(reacting)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 상황에서 최대한 현명하게 반응(responding)하고 있는가?

반발(reacting)
자격 없는 부모에게 복수하듯 사고를 치고 말썽을 부리는 아이는 자신이 받은 상처에 대해 계속 반발(reacting)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을 파괴한다.
남편의 잔소리에 짜증난 아내가 더 밖으로 돌며 보란듯이 카드를 써댄다. 그리고 집에 오면 남편과 또 한바탕 욕설이 오가는 싸움이 벌어진다. 서로 상대방을 탓하며 반발(reacting)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 때문에 신앙심이 약해진 사람은 교회를 옮겨도 비슷한 불평을 하게 된다. 내 신앙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며 외부 환경에 대해 계속 반발(reacting)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와 치고박고 싸운 아이들은 흔히 친구가 먼저 시비를 걸어서 자기도 참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또한 어떤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맞으면 속상한 마음에 너도 똑같이 때리라고 가르친다. 계속되는 반발과 반작용(reacting)의 악순환이다.
어찌 보면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에게 받은 상처에 대한 반작용(reacting)의 연속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행동은 자신에게 가해진 부정적 자극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자위한다.
반발 또는 반작용이 상처받은 마음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반발은 내 앞에 놓인 수많은 선택지 중의 하나일 뿐이다.

시원찮은 부모의 말에 반발하는 것은 나의 여러 가지 선택지 중 하나이며, 그 중에서 나는 반발을 선택한 것이다. 나에게 무례한 사람에게는 나도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며 반발하게 된다. 그런데 불쾌한 일을 당했을 때 적대적인 태도로 상대방을 대하기로 결정한 것 역시 결국은 나의 선택이다.
언뜻 보기에 반발은 정당하고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문제는 그것이 또 다른 반발과 반작용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자식이 부모 말을 안 들으니 부모는 더욱 더 잔소리를 하게 되고 아이에게 허락했던 특권들을 하나둘 빼앗아 버리게 된다. 그렇게 해서 아이가 수그러들면 다행이지만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온 힘을 다해 부모와 맞선다. 남편의 성격에 불만이 많은 아내는 남편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고, 아내의 잔소리에 화가 난 남편은 더 크게 반발하게 된다.
세상이 나를 화나게 하니 나도 세상을 향해 주먹질을 한다. 그러면 내 주위 세상은 점점 더 적대적이 되고 내 편은 없어진다. 이런 반발과 반작용이 쌓이고 쌓이면 결국 내가 사는 세상은 점점 더 살기 힘든 곳이 될 뿐이다.

반응(responding)
상처받았다고 느낄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도 있다. 반발(reacting)이 아니라 반응(responding)을 하는 것이다.
반응(responding)은 좀 더 침착하고 절제된 태도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다. 상처받았다고 느낄 때 잠시 숨을 고르고 한 박자 쉬면서 최선의 대응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행동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계속 게임에만 지나치게 몰두할 때, 부모로서 걱정스러운 마음을 절제하며 지혜롭게 표현하기를 선택할 수 있다. 반대로 부모가 화를 낼 때 무엇이 문제인지 묻고 위로하기를 선택하는 아이도 있다. 더 나아가 부모와 자신의 의견이 다를 때 꽤 효과적으로 부모와 협상을 하거나 설득하는 기술을 키워가는 아이도 있다.
남편이 돈을 많이 못 벌어오면 아끼고 쪼개 쓰는 알뜰한 아내들도 많다. 교회에 본이 되는 신앙인이 없으면 자신이 본이 되기로 결심하는 성도들도 있다. 무례한 사람을 만났을 때, 자신은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로 선택하는 사람도 있고, 그 사람의 인생이 안타까워 더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람도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은 반작용이다.

그러나 가난과 결핍을 발판 삼아 성공한 사업가들도 많다. 자신이 받은 상처에 반작용(reacting)으로 대응하지 않고, 효과적이고 지혜로운 반응(responding)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현명하게 반응하는 지혜로운 선택들이 쌓여갈 때 나를 둘러싼 가정과 일터와 교회가 더 행복한 곳이 된다.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행동에 반발과 반작용으로 대응하면 나도 그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 된다. 반대로 효과적인 반응을 생각해보고 선택하면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하게 된다.
우리가 화를 내는 것은 짜증나는 세상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반발하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반발하기 전에 잠깐만 멈춰보자. 그리고 더 지혜롭게 반응하는 선택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