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희 대표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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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비판
부부들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룰 때 흔히 싸움이나 갈등이 없는 관계를 꿈꾼다. 그런데 결혼이라는 긴 여정을 걸으며 부부가 항상 좋은 이야기나 칭찬만 하고 살 수는 없다. 아무리 금슬이 좋은 부부라도 부정적인 상호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부정적인 상호작용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지만, 너무 없는 것도 문제가 된다. 건전한 비판과 직면의 과정이 없으면 우리는 관계 안에서 자라나고 성숙해질 수 없다. 부부에게 갈등이 없다는 것은 문제를 직면해서 다루기를 회피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훈계하고 야단치는 일이 없다면 아이를 방임하고 있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건전한 비판은 반드시 필요하다.

직면하게 돕는 기술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서로의 잘못을 가르쳐주느냐 하는 방법이다. 그 방법에 따라서 감정을 상하게 하는 ‘지적질’이 되기도 하고 서로를 발전하게 하는 ‘직면(confrontation)’이 되기도 한다.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하기도 참 힘들고, ‘잘’ 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먼 사이에서는 안 좋은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은 반면, 가까운 사이에서는 너무 생각 없이 편하게 비판을 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쉽게 더 자주 하게 되는 비판은 자칫 잘못하면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가족 내에서도 지워지지 않은 아픔이 되기도 하고, 직장이나 교회에서도 돌이키기 힘든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을 해야 비판을 위한 비판, 혹은 비난으로 끝나는 지적질이 아닌, 문제를 풀어가는 지혜로운 조언이 될까? 자녀를 노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엄하게 훈계하고 가르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배우자를 뜯어 고치려는 시도가 아닌, 옳은 길을 제시하고 잘못에서 돌이키게 도울 수 있는 지혜는 어디에 있을까? 부정적인 이야기일수록, 안 좋은 이야기일수록 말을 뱉기 전에 깊은 생각과 철저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할 때 반드시 알아둘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샌드위치 대화법
첫째, ‘샌드위치 대화법’이다. 상대방이 말하는 바에 대해 긍정적인 부분을 인정하고, 좋은 점부터 제시한 후 그 다음에 문제가 되는 부분을 말하되 다시 한번 긍정적인 격려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우리 아들은 언어능력이 뛰어나지. 수학을 좀 보충하기만 하면 참 좋을 텐데. 영어를 잘하는 걸 보면 머리는 참 좋은 게 분명해.”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넌 누굴 닮아서 수학이 이 모양이야?”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아이가 노력하고자 하는 동기를 갖도록 돕는 방법이다.
칭찬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힘을 실어준다. 문제를 부드럽게 이야기해주되 잘하고 있는 부분을 잊지 않고 말해주는 것이다.

인격을 존중하라
둘째, 문제점을 이야기하되 인격을 모독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Problem ≠ personality). 즉, 인격적인 부분에서 공격이 되지 않도록 문제와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
아이를 야단칠 때, “방 좀 치워. 너무 지저분하잖아.”라고 말하는 것과 “너는 왜 그렇게 게으르니?”라고 말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나쁘다’라고 가르치는 것은 좋지만, ‘거짓말을 한 너는 나쁜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인격적인 공격이다. “여보, 애하고 좀 놀아줘.”라고 말하는 것은 긍적적인 요청이지만, “당신은 아빠 자격이 없어.”라고 하면 그 사람에 대한 모욕이 된다.

대안을 제시하라
셋째,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Focusing on Alternatives).
애가 뛰어다닐 때, “야! 뛰지마.”보다는 “천천히 걸어라.”라고 하는 것이 낫다. 어린 아이들에게 무작정 뛰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를 때가 있기 때문이다.
“당신, 일처리를 왜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비판보다는 “그 일을 좀 다르게 해보면 어떨까?”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교회가 왜 이 모양이야?”라는 말은 교회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지만 “교회에서 이런 일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말은 더 좋은 교회를 세워가는 데 도움이 된다.

브레인 스토밍
넷째, 대안을 함께 생각해내는 브레인 스토밍이다(Power of Brainstorming).
왕따를 당한 아이에게, “친구가 따돌려? 그애랑 놀지마!”보다는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네 생각은 어때?”라고 묻고 함께 생각하는 대화를 해보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부모의 조언은 귀찮은 잔소리로 들리기 쉽다. 그들의 생각을 묻고 함께 여러 방향에서 대안을 생각해보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운다.

사랑하는 마음
다섯째, 부정적인 이야기일수록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지를 확인해야 한다(엡 4:15, speaking the truth in love). 우리가 하는 부정적인 말이 때로는 단순히 상대방에게 짜증이 나서 내뱉는 말일 수도 있고, 나 자신의 문제 때문에 유독 화가 나는 경우도 있다. 잘못하는 것은 알려줘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나온 말도 때로는 나의 잘못된 생각이나 왜곡된 편견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상대를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면 부정적인 말은 상대방에게 상처만 내기 쉽다.

하나님의 자리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할 때 우리는 스스로가 하나님의 자리에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한다. 나의 잘못이나 부족함은 잊은 채 상대방의 잘못만 쉽게 드러내고 지적하고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는 때로 우리가 마치 하나님인양 착각하고 하나님의 자리에서 상대방을 평가할 때가 있다. 나도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하나님의 자리에 서는 것이다.
우리의 말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는 비판이 될지, 도움이 되는 조언이 될지는 한끝 차이다. 그 말을 어떻게 전달할지 5분만 더 생각하는 진중함에서 그 결과가 나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필요한 것이 이 조심스러움이고 또한 쉽게 잊어버리는 것도 조심스러움이다. 상대를 배려하고 나를 살피는 5분의 준비가 마음의 상처와 보약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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