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을 바꾸어 바라보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shutterstock.com
심연희
LOBTS 겸임교수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email protected]

문제아 VS 대변자
삶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문제해결에 있어서 큰 차이를 가져온다.
상담을 하다보면 집안에서 문제아로 지목되는 사람이 있는 경우가 흔히 있다. 남편이나 아내가 문제이거나, 아니면 아이들 중에 한 명이 문제아로 꼽힌다. 그 사람만 정신차리면 만사가 편안해질 것 같다. 그러나 그 한 사람을 골칫거리로 바라보는 동안, 그 집안의 문제는 몇 해를 두고 계속된다. 그런데 그 사람이 조직에서 사라지면 놀랍게도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가족 시스템 이론에서는 문제아로 지목된 그 한 사람을 온 가족의 문제를 대표하는 대변자로 본다. 그래서 ‘문제아’라는 표현 대신 ‘희생양’이라는 표현을 쓴다. 가족이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대표해서 보여주는 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역기능적인 가족 전체의 문제를 짊어진 한 사람인 것이다.

빨강머리 아이
엄마에 의해 중고등부 수련회에 끌려온 한 아이가 있었다. 집에서 얼마나 속을 썩이는지 도저히 통제가 되지 않았다. 껄렁해 보이는 친구들과 어울렸고 툭하면 집을 뛰쳐나갔다. 아이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고 작심한 아버지에게 죽자고 대들었다. 궁리 끝에 엄마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딸을 교회 수련회에 억지로 데려다 앉혀 놓고 돌아갔다.
빨강 머리, 야한 옷차림, 쉬지 않고 씹는 껌 등 수련회에서도 단연 튀어 보였던 이 아이는 수련회 내내 시큰둥하게 뒷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집회나 찬양, 나눔 등의 시간에 어쩔 수 없이 앉아 있긴 했지만 의심과 경계의 눈초리를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거의 마지막 날이 되어서 모두가 둥글게 둘러앉아 자신이 돌아갈 삶에 대해 나누고 기도를 부탁하는 시간이 있었다. 다른 친구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와 기도제목, 서로에게 해주는 축복의 말을 들으며 내내 말이 없던 이 아이가 드디어 한마디를 툭 던졌다.
“우리 집은 나만 없으면 행복해요. 제가 제일 문제거든요. 나만 없어지면 조용할 거예요.”
자신도 스스로를 문젯거리, 필요 없는 존재로 여기는 모습에 마음이 짠해졌다.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진 말은 이 가정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근데요……, 내가 맞으면 우리 엄마가 안 맞아요.”

새로운 관점
이 아이는 가족에게 늘 골치 아픈 문제아였다. 그런데 가만히,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족을, 특히 엄마를 보호하는 구원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아이에게 주어진 축복의 한마디를 통해 이 아이의 삶이 달라졌다. 자신이 가족의 문제아가 아니라 보호자라는 말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의 관점을 바꾸어 놓았다. 더 이상 문제아로 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문제아’는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다. 그러나 ‘보호자’라는 이름표는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만들었다. 보호자는 굳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도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 다시 보기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문제를 키우기도 하고 축소시키기도 한다.
10여년 전 미국을 강타한 경제위기로 몇 채의 빌딩과 땅을 포함해 엄청난 재산을 날린 채 길바닥에 나앉은 한 여성이 상담소를 찾아왔다. 심한 조울증에서 서서히 회복해 가던 그녀가 필자에게 해준 말이 있다. 그렇게 많던 돈을 모두 잃고 나서야 얻은 것이 있단다. 자신이 돈을 펑펑 쓰고 파티를 열 때 주변에 가득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그러자 그제서야 돈이 없어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친구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끝까지 자기 곁에 남아 그녀의 아픔을 자신의 것처럼 아파하는 가족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자신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녀에게 불면증과 조울증을 가져온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라는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니 진짜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문제는 뒤집어 보면 축복이 되기도 하고, 다시 보면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문제의 끝은 파멸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문제를 문제로 남기기보다 하나님을 만나는 기회로 삼으신다. 우리 자신이 약하다는 문제점은 하나님의 강함을 경험하는 기회가 된다(고후 12:10).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은 우리가 하나님을 진정으로 의지하기 시작하는 만남의 장소가 된다. 인생의 끝조차 천국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하나님의 시선으로 다시 보는 문제는 또 다른 삶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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