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희 대표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가족의 성장과 성숙
우리가 한 사람을 이해하거나, 한 가족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그 사람이나 가족이 지나고 있는 Life Cycle을 이해하는 것이다. 각 가족의 Life Cycle을 살펴보며 알게 되는 것은, 가족들도 한 개인처럼 성장해가는 역동적인 유기체이며 각 시기마다 주어지는 발달 과제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가족에게 닥친 큰 도전이 나와 내 가족만 겪는 아픔이 아니라, 대부분의 가정에 비슷하게 주어지는 과제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 과정을 좀 더 의연하게 지나갈 수 있다.

에릭슨이 말한 것처럼 심리사회적인 발달 과정에서 개인이 거쳐가야 하는 발달 단계가 있다면, 가족 역시 Life cycle에 따라 성장해가고 변화하며 성숙하게 된다 (Cater & Monica McGoldrick, The Expanded Family Life Cycle : Individual, Family, and Social Perspectives, 2004).

나 ⇒ 아내 ⇒ 엄마
상담을 요청한 C씨는 요즘 사는 재미가 없다고 운을 띄웠다.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아 키우며 정신없이 30대가 훌쩍 지났다. 20대 후반에 남편과 결혼했는데 그때는 남편을 알아가고 맞춰가느라 전쟁을 치뤘다. 서로에게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살아보니 모든 것이 달랐다. 시댁의 성향도 친정과 다르고 말하는 방법도 달랐다. 그래서 끊임없이 투닥거리고 싸웠다.

맑은 멸치국물을 좋아하는 자신과 달리 고기가 들어가야 국인줄 아는 남편, 덮어야 하는 이불 두께도 다르고 자는 시간도 다른 남편과 겨우 적응할 무렵 아이들이 태어났다. 그리고 아이들이 태어난 후 자신의 삶은 180도로 바뀌었다. 나 하나만 잘 챙기면 되던 삶은 어느 새 아이들의 필요에 따라 완전히 달라졌다. 음식도, 가구도, 취미도 모두 아이들에게 맞춰졌다. 언제 자고 일어날지, 오늘 꼭 해야 할 일, 쓸 돈도 아이들이 우선이 되었다. 그래도 강아지같이 귀여운 아이들 크는 맛에 힘든 줄도 모르고 바쁘게 살았다.

이게 인생인가?
그러다 어느 새 40대 중반이 훌쩍넘은 나이가 되었다. 뭘 해도 어설픈 어린 엄마에서 어느 새 아내, 엄마라는 역할에 익숙해졌다. 이제는 뭘 사도 남편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에 먼저 손이 간다. 그렇게 30대를 정신없이 달려온 덕분에 생활은 조금씩 안정되었다. 집도 좀 늘리고 차도 바꾸었다. 이제는 조금 편안해질 수 있는 때였다.

그런데 그녀의 마음 속에서도, 가족들 간에도 전쟁이 그치지 않았다. 아직도 처녀같다는 칭찬에 으쓱하던 것은 옛말, 이제는 누가 봐도 영락없는 아줌마다. 애 낳고 꾸준히 붙은 뱃살은 이젠 아예 빠질 생각을 않는다. 다이어트는 맨날 해도 똑같고 이제는 하루만 굶어도 어지럽다.

시도때도 없이 얼굴이 화끈거리고 땀이 났다 추웠다 들쑥날쑥이고, 기분도 올라갔다 내려갔다, 운전하다가 뜬금없이 눈물이 나기도 했다.

예전엔 그렇게 매달리고 칭얼대던 아이들도 이제 다 커서 엄마가 옆에 있으면 오히려 귀찮아 했다. 고생고생해서 큰 집으로 이사했더니 식구들이 방 하나씩을 차지하고 들어앉아 각자 따로 놀았다.

남편과도 시들해졌고, 뭘 해도 짜증이 났다. 자신은 방에서 드라마를 보고 남편은 마루에서 스포츠를 봤다. 어쩌다 가족이 한데 모이면 다정한 이야기는커녕 서로 언성만 높아졌다.

아이들이 엄마가 하는 잔소리를 귓등으로도 안 듣기 시작한 건 중학교 때부터였는데, 이제는 아빠가 하는 말에도 한마디를 안 진다.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면 자기들 마음을 이해 못하는 부모라고 대든다. 엄마 아빠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못살겠다고 적반하장이다. 아빠는 권위를 무시하는 아이들 때문에 화가 나고, 아이들은 자기들 마음을 몰라 주는 아빠 때문에 열이 난다. 급기야 한대 얻어맞게 생긴 아이들 때문에 남편을 말리고 아이들 편을 들었다가 이내 대판 부부싸움으로 번진다. 지금은 무슨 재미에 살아야 하는지, 자신의 인생은 이대로 지는 것인지 회의감만 가득하다.

모든 변화는 기쁨이면서 고통
그런데 이것은 비단 C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가정에서나 비슷하게 거쳐가야 하는 과정이다. C씨는 청년기를 지나 성인기에 적응해야 했다. 현재 이 가정은 40대 후반의 중년기와 자녀들의 청소년기가 진행되는 시점에 와 있다. 조금 있으면 부모는 노년기를 준비해야 하고 자녀들은 청년기에 접어든다. 모든 가정이 이런 변화를 거친다.

한 사람이 결혼을 통해 두 사람으로, 출산을 통해 여러 명의 가족으로 변화에 변화를 거듭한다. 그러다 자녀들이 출가하면 두 사람이 남고, 결국에는 다시 한 사람이 남겨진다. 이런 모든 변화는 기쁜 일이면서 동시에 힘든 일이다. 아무리 좋은 변화에도 적응이 필요하고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우리가 거쳐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

Life cycle을 살펴보며 생각하게 되는 것은 전도서의 3장의 말씀대로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에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솔로몬은 우리에게 권고한다. “사람들이 사는 동안에 기뻐하며 선을 행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

가족의 Life Cycle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선물과 도전을 동시에 허락하신다. 가족을 이루고 인생의 여정을 걸어가면서 가족과 함께 누리는 기쁨도 말할 수 없이 크지만, 동시에 가족이 함께 겪어내야 하는 도전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항상 감사할 이유와 기도의 제목들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 여정에서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 보는(전7:14)” 것이 우리가 마지막 날까지 평안한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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