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대상에 대한 섬세한 경청에서 시작됩니다. ©nrc.nl

온몸 귀가 되어

귀만 귀여서는
아니 되리
눈도 코도 손도
온몸 다 귀가 되어야 하리

때론 잎으로
때론 꽃으로
때론 열매로
말하기도 하는 나무

잎의 말 안 들리면
손끝으로 듣고
꽃의 말 안 들리면
향기로 들어야 하리
노랗게 빨갛게 물든 단풍
가슴으로 들어야 하리

눈보라치는 겨울
뼈로 전하는 말
두 손 모아
꿇은 무릎으로 들어야 하리

작가의 말
신이 인간에게 입은 하나를 주시고 귀는 두 개를 주신 이유가 있다지요. 말은 적게 하고 듣기는 두 배쯤 많이 하라는 뜻이라지요.
좋은 인간관계의 비결도, 사회에서의 성공 비결도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경청(傾聽)’이라지요. 어쩌면, 사랑도 ‘경청’으로부터 싹트지 않을까요?
그런데, 시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사람의 말뿐 아니라 세상 만물의 소리, 자연의 소리까지도 잘 들어야 한다고요.
또 귀로만 들어서는 안 되고, 온몸이 귀가 되어 들어야 한다고요. 나무를 예로 들면, 나무는 입이 없으므로, 때론 잎으로, 때론 꽃으로, 때론 열매로, 때론 가지로, 심지어는 뿌리로 말하기도 하겠지요.
그래서 우리가 나무의 말을 잘 들으려면, 눈으로 모양과 색깔을 보기도 하고, 손끝으로 만져 보기도 하고, 코로 향기를 맡아보기도 하고, 마음을 기울여 쓰다듬고 안아보기도 하며, 그야말로 온몸으로 들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온몸이 귀가 되어 사람과 자연을 ‘경청’하면서 산다면, 세상은 참 사랑이 넘치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에덴동산, 천국이 되지 않을까요?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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