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에서

임문혁

동에서 서로 나는 간다
서에서 동으로 너도 간다
남에서 북으로 그가 간다
북에서 남으로 그녀도 간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정신없이 달려간다

나는 너에게로 가지 않는다
너도 나에게로 오지 않는다
그는 그녀에게로 가지 못 한다
그녀도 그에게로 오지 못 한다

바람 한 줄기 지나간다
잠시 후, 네 모습 보이지 않고
나도 자취를 감춘다

▶ 작가의 말
사거리에서 사람들이 부지런히 오고 가는 것을 보셨지요. 그들은 무엇 때문에 어디로 그리 바쁘게 오고 가는 것일까요?
그들이 가고 오는 방향은 다 다릅니다. 어떤 이는 동에서 서로, 어떤 이는 서에서 동으로, 혹은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신호가 바뀌자마자 정신없이 달려갑니다.
그러나 그들은, 아니 나 자신도 진정한 만남을 위해 너에게로 가지 않습니다. 너도 진정으로 나에게 오지 않습니다.
그의 진심이 그녀에게로 가지 못 합니다. 그녀의 진심도 그에게로 오지 못 합니다.
남과 북도 그렇습니다.
진정한 만남이 자취를 감추고, 그리움도 사라집니다. 현대사회 우리들의 비극입니다. 그리고, 당신도 나도 네거리에서 자취를 감추고 사라질 것입니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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