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한 송이 꽃병에 꽂았다가
거꾸로 매달았다.

몸통을 자르고도 모자라
거꾸로 매다는 인간들아,
소리치다가
비웃다가
울부짖다가

그런 그에게
아무 말 못했다.
귀도 막았다.

악쓰는 소리,
연신 피 흘리는 소리 들렸다.

최정자 (1942~ ) 시인, 뉴욕 거주.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국제펜 회원. 미동부한국문인협회 회장 역임. 시집으로『 사탕 속의 유리 새 』등 9권, 시선집『 북이 있었으면 』등 2권. 산문집『 멀미 없는 세상 』등이 있다. 제4회 천상병 시상, PEN문학 해외 작가상 수상.

▶ 시 해설
여러분도 장미꽃 꺾어다 화병에 꽂지요? 그리고 말린다고 거꾸로 매달아 놓기도 하지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아무런 아픔도 없이!

역지사지란 말 아시지요?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만약 장미꽃이라면 이런 인간들을 향해 소리치지 않겠어요?

“내 몸통을 잘라낸 것도 모자라서 거꾸로 매달기까지 해!!!”

소리치고, 비웃고, 울부짖지 않겠어요? 그때 장미에게 대답할 말이 있을까요? 아무리 귀를 막아도, 악쓰는 소리, 연신 피 흘리는 소리 들리지 않을까요?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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