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에게 최고의 등갈비만 제공하겠다는 팔덕식당 김경민 대표 ©문영호

테이블 11개, 연매출 20억, 안양의 명물 팔덕식당
경기도 안양의 외진 곳에 테이블 11개짜리 팔덕식당이 있다. 1인분에 13,000원짜리 등갈비를 판다. 그런데 연매출 20억을 찍고, 코로나 시기에 매출 신기록을 3번이나 갱신한 놀라운 식당이다.
이 식당을 연 김경민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나름 큰 회사에 다녔다.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니 늘 돈 걱정을 하며 살아야 했다. 그래서 좀 더 큰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식당 창업을 결심했다. 지금은 창업한지 6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30대 중반의 젊은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외식업을 시작할 때 브랜드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브랜딩에 많은 노력을 투자한다. 팔덕식당의 브랜딩 이야기는 조금 뒤로 미뤄두고, 일단 김경민 대표가 지금의 팔덕식당을 어떻게 성공시켰는지부터 살펴보자.

창업자본 8천만원
식당 창업을 결심한 그는 먼저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지방에 있는 유명 식당에 취업했다. 그런데 주인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창업을 하는 형태여서 급여가 아주 적었다. 그 돈으로 가족을 부양하며 창업자본을 모으려니 턱도 없었다. 그래서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는 식당에서 일을 배우고, 밤 10시 30분부터 새벽 5시 30분까지 유흥주점에서 웨이터로 일했다. 그렇게 9개월간 하루에 2시간씩 자며 일한 덕분에 6천만원을 모을 수 있었다.
그 돈으로 고향인 안양에 가게를 계약했다.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100만원인 오래된 가게였다. 당시 그가 가진 창업자본은 총 8천만원이었다. 그래서 외진 곳에 가게를 얻었지만, 맛있고 멋진 식사 경험을 제공하면 충분히 될 거라 생각했다.
8천만원 중에 1천만원으로 보증금을 내고, 6천만원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간판을 달고, 식당 집기류 등을 구입했다. 인테리어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돈을 절약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남은 1천만원으로 식재료를 구입했다. 날씨가 아직 쌀쌀한 2월에 자신을 포함한 직원 3명으로 가오픈을 했고, 2주간의 준비 끝에 정식 오픈을 했다. 그리고 첫날 매출이 3백만원을 넘었다. 아니, 이게 가능한가?
그 비결은 바로 오픈 한 달 전부터 김경민 대표가 발로 뛰면서 매우 특이하게 광고를 했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부터 그가 자신의 식당을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팔덕식당의 브랜딩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전단지 300% 활용 노하우
식당 인테리어를 하고 식재료를 구입하고 나니 남은 돈이 없었다. 그래서 전단지를 만들어 직접 돌리기로 했다. 전단지 4만장을 찍어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출근길 신호등 앞에서 나눠주기 시작했다. 찬바람이 쌩쌩 부는 1월 아침에 그는 흰색 메리야스만 입은 채, “안녕하십니까. 등갈비 파는 김경민입니다.”라고 인사하며 파이팅 넘치게 전단지를 나눠드렸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전단지는 거의 대부분 버려졌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전단지를 들고 가서 우리 식당을 방문하게 만들까 고민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아침을 먹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해 출근길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나눠주기로 했다. 그래서 음료수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꿀떡을 쿠킹포일에 말아서 전단지와 함께 나눠주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사람들이 전단지도 버리고 꿀떡도 버렸다. 아니, 왜? 처음 보는 사람이 길에서 나눠주는 떡을 사람들이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떡이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을까? 떡의 따뜻한 촉감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떡을 보온통에 넣어 따뜻하게 전해주며 멘트를 수정했다. “안녕하십니까. 등갈비 파는 총각 김경민입니다. 요즘 누가 개업하면서 시시하게 시루떡을 돌립니까? 저는 오늘 하루 달달하시라고 꿀떡을 준비했습니다. 당일 뽑은 꿀떡입니다.” 그랬더니 버려지는 전단지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이제 사람들이 전단지를 읽어보게 만들어야 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는 오픈 이벤트가 필요했다. 메인 메뉴를 싸게 팔면 오픈 이벤트가 끝났을 때 손님들이 제값 주고 사먹지 않을테니, 사이드 메뉴를 생각했다. 그 중에 음료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 같아 술을 선택했다. 그래서 등갈비와 어울리는 술 중에 막걸리를 천 원에 팔기로 했다.
막걸리 중에 ‘소백산 대강 막걸리’는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만찬주로 쓰인 술이다. 그래서 청와대 귀빈들을 대접하는 술이라는 느낌을 살려 한 병에 단 돈 천 원으로 오픈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네이버에서 팔덕식당을 검색하세요.’라는 문구를 큼지막하게 넣었다.
그리고 자신이 예전에 북촌 한옥마을에서 인력거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을 살려 인력거를 한 대 구입했다. 시간 나는 대로 인력거를 타고 가게 주위를 돌며 따뜻한 떡과 전단지를 나눠드리고, 인력거도 태워 드렸다.

인력거를 타고 광고도 하고 손님들에게 추억도 제공하는 김경민 대표 ©문영호

블로그 체험단 활용
아직 오픈하지도 않은 작은 식당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한들 무슨 정보가 얼마나 나올까? 그래서 김경민 대표는 인테리어가 끝나자마자 가오픈을 하고 하루에 10팀씩 블로그 체험단을 모셨다. 블로그 체험단은 광고 업체에 의뢰해 하루에 10팀씩만 받았다. 아직 주방이나 홀 서빙 등이 익숙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체험단 분들을 받으면서 그분들이 100% 만족하실 수 있게 최선을 다했다. 덕분에 팔덕식당에 대한 후기들이 인터넷에 쌓이기 시작했다.
김경민 대표는 블로그 체험단에게 글의 제목까지 다 정해 드렸다. 평범하게 ‘안양 등갈비 맛집 팔덕식당’ 이런 제목 대신, ‘맛도 좋지만, 에너지를 얻어가는 기분이다’, ‘인력거가 있는 특이한 집’,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집이다. 맛이 아니라 시끄러운 분위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제목도 사진도 재미있고 특이한 것으로 올려 달라고 부탁드렸다. 뭐가 그렇게 시끄럽냐고? 김경민 대표가 라디오 DJ처럼 손님들에게 오프닝 인사를 하고, 노래와 기타 연주, 북 연주도 해준다.
그리고 팔덕식당은 특이하게 점심 4부제, 저녁 4부제로 운영한다. 그래서 손님들이 55분 안에 식사를 끝내고 나가야 한다. 이렇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등갈비를 40분 정도 끓여서 나갈 때 가장 맛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고의 등갈비와 함께 팔덕식당이 가진 매력인 재미와 감동, 에너지를 고객들에게 100% 보여 드리기 위함이다.

그랜드 오픈, 그리고 혼란과 혼돈
김경민 대표의 남다른 열정과 노력 덕분에 성황리에 정식 오픈을 했지만, 처음엔 모든 것이 혼란과 혼돈 그 자체였다.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손님이 주문한 것을 잊어버리고 주방에 잘못 전달하거나, 반찬이나 술을 더 달라고 한 것을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김경민 대표는 처음 6개월 동안 가게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며 하루에 30분만 자면서 일을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매일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인력거를 타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가서 따뜻한 떡과 전단지를 돌리며 가게를 홍보했다. “여기 한 번 와보세요. 요즘 줄 서서 먹는 곳이에요. 매운 등갈비 맛이 진짜 장난 아니에요.”

단골 관리 노하우
그의 단골관리 노하우도 남다르다. 가게에 회식을 오시는 단체 손님들이 있으면 막내로 보이는 분들에게 명함을 꼭 받아두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꿀물 음료수를 사들고 회사를 찾아가 반드시 대표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어제 회식을 해서 직원분들이 피곤할 수 있으니 꿀물을 준비해 왔습니다.” 그러면 대표님들은 이런 걸 배워야 한다면서 점심 때 또 식사를 하러 오셨다.
그는 시간 나는 대로 인력거를 타고 가게 주위의 모든 회사들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무조건 대표님을 찾아갔다. 물론 만나기 쉽지 않았고, 경비원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틈을 보아 전단지를 들고 사무실로 뛰어 들어가 끝까지 대표님 사무실을 찾아 들어갔다. 그리고 박카스와 전단지를 내려 놓으며 저희 가게에 와 달라고 부탁했다. 큰 회사의 대표님들은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많이 겪으신 분들이어서 “아, 이렇게 파이팅 넘치는 젊은 친구들이 아직도 있네.” 하며 직원들을 다 데리고 식사를 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았다. 덕분에 대표님들께 전단지를 뿌린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고객 다변화 전략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으로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은 채워졌지만, 식당 문을 연 11시에 방문해줄 고객층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침에 유치원 등원시키는 어머님들에게 전단지를 뿌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 친구들과 매운 등갈비를 먹으며 육아 스트레스를 풀면 딱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타킹에 전단지를 붙여 인력거에 싣고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어머님들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저희 식당에 한 번 꼭 오세요. 유명한 식당이에요.” 그러면 어머님들이 전단지를 잘 받아주시고,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식당에도 방문해주셨다.

최고의 맛을 향한 열정
식당 창업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최고의 맛을 유지하는 노하우다. 김경민 대표는 등갈비에 있어서는 경기도에서 1등이 되겠다는 신념과, 아무리 많은 카피 브랜드가 생겨도 팔덕식당 등갈비가 무조건 제일 맛있어야 한다는 집념으로 엄청난 지식과 노하우를 쌓아왔다.
최고의 맛을 유지하는 포인트는 신선한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그래서 김 대표는 3개월마다 스페인의 돼지고기 공급업체를 방문해 품질을 확인하고 등갈비를 직접 수입해온다. 등갈비와 함께 나오는 곤드레 밥에 사용되는 곤드레와 들기름도 현지에서 재배 방식과 제조 방식을 직접 확인하고 공급계약을 맺는다.
팔덕식당의 매운 등갈비와 가장 잘 어울리는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직접 양조장을 찾아가 몇 번의 끈질긴 설득 끝에 ‘팔덕 막걸리’도 완성해냈다. 팔덕 막걸리는 오직 팔덕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이다.

팔덕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는 옥수수 막걸리 ©문영호

등갈비찜에 들어가는 콩나물, 버섯, 대파의 수분량도 철저히 계산해서 오전에 넣는 양, 오후에 넣는 양, 저녁에 넣는 양이 그램(g) 단위로 계산되어 있다. 그래서 대표가 없을 때도 음식맛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등갈비의 두꺼운 부분도 하나씩 침으로 찔러보아 충분히 부드러운지 확인하고, 등갈비에서 잡내가 느껴지면 그날은 장사를 하지 않는다. 대기하고 있던 손님들에게 너무 미안하지만 최고의 음식만 제공하겠다는 그의 신념이자 자존심 때문이다. 대신 손님들의 실망감을 달래기 위해 재방문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코로나에도 매출 상승
그가 처음 장사를 배우러 갔던 식당은 당시 메르스 때문에 일매출 800만원이 80만원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손님들에게 포장 판매를 안내했다. “여러분, 우리 부모님들은 큰 거 바라시는 거 아니에요. 어디 가서 맛있는 거 먹을 때 부모님 생각해주는 것. 그러니 포장을 해가세요.”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었을 때는 한시적으로 직원들이 직접 배달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팔덕식당에는 ‘팔덕후’라는 팬클럽이 있다. 회원수는 300명이 넘는다. 팔덕식당은 예약을 받지 않는데, 팬클럽에 가입하면 예약을 할 수 있고 메뉴에 없는 볶음밥도 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팔덕후의 밤’ 모임에 참석해 팔덕식당에서 준비한 신메뉴들을 제일 먼저 시식해볼 수 있다. 이런 팬들 덕분에 팔덕식당은 코로나 시기에도 꾸준히 사랑받으며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팔덕식당의 팬클럽 팔덕후들의 밤 ©문영호

한 번 찾아온 고객을 단골 고객으로, 단골 고객을 팬으로 만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볼 것인가?


정경화 편집장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