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한인 이민 가족의 아메리칸 드림을 그린 영화 '미나리'가 제78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PanCinema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한인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담은 영화 ‘미나리’가 제78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1980년대 미국 아칸소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미나리’는 배우 브래드 피트의 영화사 플랜B가 제작하고 한국계 미국 감독 리 아이작 정(정이삭)이 연출을, 재미교포 스티븐 연이 주연 겸 프로듀서를 맡은 미국산 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등이 출연했다. 지난 해 미국 최고 권위의 독립 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에서 미국 드라마 부문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고, 이후 세계 여러 영화상에서 75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며 수상 행진을 이어왔다.
그런데 영화 대사가 주로 한국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골든글로브에서는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니면 외국어영화’로 분류하기 때문에 작품상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어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미국인 감독이 연출하고 미국 회사가 제작한 영화가 외국어영화 후보로 경쟁하는 현실이 바보 같다”고 비판했다. 또한 미국 내 여러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26개나 받은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조차 받지 못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쏟아졌다.
이제 ‘미나리’는 4월에 열릴 아카데미(오스카) 수상 가능성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 ‘미나리’도 비슷한 길을 걸을지 주목된다. 미국 매체들은 할머니 순자 역으로 열연한 윤여정을 강력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로 내다보고 있다.

한인 이민 가정의 이야기
‘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1980년대 일곱 살 난 한국계 미국인 소년 데이빗의 가족이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아칸소주 시골로 이사 와 농장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한국인 부부 제이콥(스티븐 연)과 모니카(한예리)는 미국에 가서 열심히 살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한국을 떠나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 와 병아리 감별사로 일한다. 두 아이를 낳아 키우며 바쁘게 살아가던 중, 더 늦기 전에 자신의 농장을 시작해보고 싶은 제이콥이 가족들을 이끌고 캘리포니아에서 아칸소로 이사를 온다. 아칸소는 미국 중부에 위치한 작은 주로 인구가 260만명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적고, 면적의 대부분이 농장이어서 미국 내에서 존재감이 약한 곳이다.
그런데 제이콥이 마련한 집은 황량한 벌판에 놓인 컨테이너였다. 토네이도가 몰려오면 컨테이너가 날아갈까봐 걱정이었다. 모니카의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고, 이런 데서 어떻게 사느냐며 아이들 생각도 좀 하라고 불평을 한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제이콥은 아들과 딸에게 이 앞에 커다란 농장을 만들 거라며 꿈에 부풀어 있다.
아칸소에 와서도 병아리 감별사 일을 계속하며 농장 개간을 시작한 부부는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를 한국에서 모셔오게 된다. 그런데 일곱 살 짜리 아들 데이빗(앨런 김)은 방을 나눠 쓰게 된 할머니가 영 탐탁지 않았다. 할머니가 화투와 한국 욕을 가르쳐주고 별로 자상하지도 않자, 할머니는 할머니 같지도 않고 냄새가 난다며 싫은 티를 팍팍 낸다.
한편 제이콥과 모니카는 끝이 보이지 않는 가난 때문에 계속 충돌한다. 모니카는 캘리포니아로 돌아가고 싶어하고, 제이콥은 지금 상황은 힘들지만 이곳에서 농장을 키워 보란듯이 성공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들 앞에 놓인 현실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어디서나 잘 자라는 미나리
영화의 제목인 ‘미나리’는 순자를 통해 등장한다. 순자는 한국에서 미나리 씨앗을 가져와 계곡에 심었다. 미나리가 자라면 쌈도 싸먹고 약으로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어디서든 물만 있으면 잘 자라는 미나리는 미국에서 힘들게 살아가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의 상징인 셈이다.
정이삭 감독은 부모님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 속 데이빗이 바로 정 감독인 셈이다. 스티븐 연 역시 제이콥을 연기하며 아버지 세대를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저는 4살 때 부모님과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 2세대입니다. 아버지를 볼 때마다 미묘한 세대차, 문화적∙언어적 장벽을 느꼈는데, 이 영화를 통해 1세대인 아버지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오는 4월 ‘미나리’의 오스카 수상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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