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상판 손상
남편의 이직이 결정되고 최대한 빨리 집을 팔아야 했기에 당장 집 단장과 보수에 들어간 시점에, 거짓말처럼 멀쩡했던 싱크대 상판이 손상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집을 샀을 때는 싱크대 상판이 집의 가치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몰랐는데, 집을 팔려고 보니 저희집 싱크대 상판은 MDF 압축 재질에 스티커를 씌운 제일 하품의 재질이었네요.

MDF 압축 상판이 식기 세척기의 스팀과 열에 의해 망가져 교체하게 됨 ©엘리

그런데 이 재질이 시간이 지나면서 식기 세척기의 스팀과 열로 인해 조금씩 부풀기 시작했고, 집을 팔려고 하는 시점에서는 스토브 옆 부분이 뒤틀린 데다 스티커 부분이 완전히 떨어져 버렸습니다. 이 상태로는 집을 팔 수가 없으니 무조건 싱크대 상판을 교체해야 하는데, 집을 빨리 팔아야 하니 구매자들이 선호하는 그래닛(granite, 대리석)으로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오지 않는 상판
먼저 싱크대 상판 업체 한 군데(K 업체)를 찾아가 견적을 내고, 집 보수에 필요한 물품을 사러 로우스(Lowe’s)에 들렀다가 거기서도 견적을 내보니 600불이나 차이가 나는 겁니다. 앞으로 큰 돈 들어갈 일이 첩첩이라 조금이라도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로우스에서 계약을 했습니다. 한 달 후면 남편이 새 직장에 출근이라 시간이 좀 빠듯했지만 그래도 한 달이면 되겠거니 했지요.

사이즈 측정하고 계약한지 열흘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길래 남편이 스톤 업체에 연락을 했더니, 그 주 목요일에 스톤을 실은 트럭이 오니 도착하면 설치 날짜를 알려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주 목요일에 아무 연락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전화를 했더니 저희가 주문한 스톤이 도착하지 않았다며, 매주 목요일에 트럭이 오니까 이번 주 목요일에는 올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남편이 “지난 주 목요일에 도착한다고 하지 않았나요?”라고 그냥 질.문.만. 했을 뿐인데, 담당자가 화를 내며 “당신 스톤을 실은 트럭이 언제 오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하며 전화를 끊어버리는 겁니다. 남편은 정말 질문만 했을 뿐이었는데… 그러나 그때는 몰랐지요. 남편의 이 질문이 수지의 심기를 건드렸을 줄은!!! (수지는 그 담당자의 이름입니다. 목소리로 판단컨데 50대가 넘은 중년 여성이었죠.)

만날 수 없는 담당자
목요일에 도착한다던 스톤 업체에서는 주말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고, 우리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다음 주면 새 직장에 출근해야 하는데, 싱크대 상판 교체 작업 때문에 비행기표 예약도 못하고, 차도 못 보내고, 이사 날짜도 못 잡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제가 직접 전화를 해서 이번 주 목요일에 도착하는 걸로 스케줄이 되어 있다는 수지의 대답을 듣고 이번 만큼은 확실한 것 같아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목요일에도 연락은 없었고, 일주일이 지난 다음 목요일에도 연락이 없었지요. 그래서 계약을 했던 로우스에 찾아가 매니저를 불렀습니다. 그랬더니 매니저가 카운터탑 담당자에게 저를 데려가더군요. 사실 이 카운터탑 담당자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우리가 이미 5번이나 만나러 갔지만 헛걸음질했던 히스토리가 있었습니다.

가슴의 화를 쓸어내리며 상황을 설명하니 그 담당자도 이상하다며 수지와 통화를 했고, “스톤 재고가 부족해 안 오고 있다네요. 이번 주 목요일엔 확실히 트럭이 온다고 하니까 이번 주 목요일까지만 기다려봐요.” 하는 겁니다. 하… 이제 와서 계약을 취소할 수도 없고…

수지의 농간
그리고 뚜둥~ 드디어 목요일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분명히 도착했겠지’ 하며 기다렸지만 오후 5시가 되도록 연락이 없어 제가 다시 전화를 걸었죠. 수지 대신 케이티라는 직원이 전화를 받더군요.
“잠깐만, 스톤을 두 번 반품한 적 있나요?”
“아니요! 지금 4주째 스톤이 도착하기만 기다리고 있는데요?”
“흠~, 우리가 두 번 받았는데, 두 번 다 반품했다고 되어 있네요?”
“정말요? 수지는 스톤이 도착하지 않았다고만 했는데요?”
당황한 케이티는 갑자기 말을 바꾸며, “아마 스톤에 데미지가 있어서 반품했을 수도 있으니 내일 수지에게 연락하라고 할게요.”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왠지 수지의 장난에 놀아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저는 눈을 뜨자마자 전화를 했고, 수지가 받았습니다.
“오, 엘리! 스톤은 업데이트할 내용이 없고, 왜 이번에도 안 왔는지 알아보고 연락줄게요.” 하길래 “쿨!” 하고 전화 끊고 바로 처음 견적을 냈던 K 업체 스톤 창고로 향했습니다. 창고에서 재고를 직접 보고 스톤을 골라 계약서 쓰고 2주 안에 설치해 주기로 약속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로우스로 가서 계약을 취소하고 환불받고 나왔지요. 그 사이에 그래닛 가격이 1200불이나 올랐지만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K 업체에서 사이즈 측정하고 설치 날짜도 잡아주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걸려온 K 업체 직원의 전화.
“너무 미안한데, 홀드해 놓았던 스톤을 다른 업체에서 모르고 계약해버려서 그 스톤이 지금 없어요. 대신 원하는 스톤을 고르면 추가 비용 없이 설치해 드릴게요.”
뭐라구??? 아니 왜!!! 내가 두 눈으로 재고까지 확인하고 찜해 놓은 스톤을 어떻게 다른 업체에 팔아버릴 수가 있냐구!!! 그리고 그 스톤은 새 집주인이 될 계약자가 고른 디자인이란 말이야!!!

그후 우여곡절 끝에 그 스톤을 다시 주문해 예정보다 하루 늦게 설치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상판 없이 집 감정을 했기 때문에 그날까지는 반드시 설치가 끝나야 대출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 심장이 쫀쫀해지는 스릴을 경험했지만, “더 카운터탑” 이야기는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났습니다.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워싱턴주 모제스 레이크(Moses Lake)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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