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접근을 막아 주는 모션 디텍션 스프링클러 모습 ©Play It Koi

앞마당 냥똥하초
저는 아무래도 전생에 염라대왕 앞에서 똥밭에 굴러도 좋으니 이승으로 다시 보내 달라고 빌었나봐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가는 곳마다 똥밭일 수가 없거든요. 2년 전 모제스 레이크에 살 때 집 앞 잔디밭에 널부러진 개똥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결국 그 개 주인을 찾아 개똥배달까지 갔다가 경찰이 들이닥친…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답니다.
그런데 이곳에 이사 오니 개똥 가고 냥똥이 왔네요?!?! 이사 가는 곳마다 shit 때문에 이런 똥 같은 ‘shituation’을 겪는 거 보면 아무래도 저는 염라대왕의 배려로 똥밭에서 원없이 구르다 오라고 환생시켜준 게 틀림없는 것 같아요. ㅜ.ㅜ
하지만 모든 문제에는 해결책이 있는 법! 오늘은 고양이똥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한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참고로 개똥 문제도 이 방법으로 퇴치 가능합니다.


때는 작년 초겨울쯤인가?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나 싶더니 아침에 마당 잔디밭에 성애가 꼈더라고요. 멀치(mulch, 나무 부스러기)를 깔아둔 부분에 꽃도 아닌 것이 솜털이 보송보송 달린 무언가가 땅속에서 피어나 군데군데 자라고 있었어요.

고양이 똥 위에 피어난 솜털이 보송보송한 곰팡이들 ©google 

이게 느낌상 딱 곰팡이 같은데, ‘아무것도 없는 땅속에서 왜 곰팡이가 자라지?’ 하고 손으로 살살 뒤적뒤적하다가, 으아아아아악!!!!!!! 또… 똥이다!!! Shit!!!!!!! 제기랄~ 똥 만졌잖아요!!! ㅠ.ㅠ 아니, 그런데 왜 똥에서 곰팡이가 피는 거죠?!?! 아무튼 솜털 곰팡이가 보송보송 자라 있는 곳마다 살펴보니 전부 다 그 밑에 똥이 묻혀 있지 않겠어요? 하~ 이게 바로 그 듣도보도 못한 ‘냥똥하초’인가?

냥아치와의 전쟁
고양이는 똥을 싼 뒤에 흙으로 덮는 습성이 있어요. 그래서 평상시에는 땅밑에 묻혀 있으니 저희집 마당에 똥이 있는지도 모르다가 냥똥하초를 보고 찾아냈기에 이것은 분명 고양이똥이 확실했습니다. 앞마당 곳곳에 파묻힌 고양이똥 발굴작업을 해보니 이 냥아치가 언제부터 와서 똥을 싸질렀는지 정말 어마어마한 양이 파묻혀 있더라고요.
이런 짓을 한 냥아치가 누구인지 곧바로 범인 색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보안 카메라의 며칠 분량을 돌려 보니 냥아치 한 마리가 새벽에 밤손님처럼 슬그머니 나타나 저희집 마당에 볼일을 보고 가더라고요. 이건 주인과 함께 산책하다가 싸지르고 간 똥이 아니고, 나.홀.로, 지.발.로 찾아와서 싸지르고 간 거라 주인에게 똥배달을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나마 지가 싼 똥을 곱게 덮어 놓고 간 양심 있는 냥아치인 것에 감사해야 할 지경이었어요.
그 고양이의 주인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주인이 있는 고양이로, 동네 사람들의 귀여움을 한몸에 받는 고양이였어요. 사실 저도 만날 때마다 예쁘다 하며 쓰다듬어주곤 했는데, 사람의 호의를 이렇게 똥으로 돌려주는 개냥아치였다뉘!!!
냥똥하초 아래 묻혀 있던 똥 발굴작업을 모두 끝내고, 이 녀석의 접근을 어떻게 막을까 고민하며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어요. 그랬더니 고양이가 커피 냄새를 싫어한다는 내용이 있어서 커피 내리고 남은 커피 찌꺼기들을 부지런히 모아서 앞마당에 뿌렸어요. 효과가 있었냐고요?
어느 날 밤 12시에 보안 카메라 알람이 울려서 실시간으로 확인을 해봤습니다. 이 냥아치가 살금살금 오더니 뭔가 이상한지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 그냥 가더라고요?!?! 올레~~~ 커피가루가 효과가 있눼??? 그렇게 저는 안심을 하고 커피 찌꺼기가 생길 때마다 열심히 모아서 계속 앞마당에 뿌렸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싹을 틔운 냥똥하초!!!
아~, 뒷골 땡겨~!!!! 커피 고물 골고루 묻혀진 감성똥이 떡하니 앞마당에 남겨져 있더라고요. 그래, 좋다!!! 이제는 나도 전쟁이다!!! 니가 커피는 좋아할지 몰라도, K-고춧가루는 감당하기 힘들 걸!!!’ 마침 친정 엄마가 새로 고춧가루를 빻았으니 보내주신다고 하셔서 오래된 고춧가루 처분도 할겸 해서 커피가루 대신 고춧가루를 마당에 골고루 뿌려주고, 갈퀴로 잘 흩어주었죠. 자기 똥냄새를 능가하는 K-고춧가루 매운맛을 보고 더 이상 저희집 마당에 얼씬도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여러분, 그런데 말입니다… 이 냥아치가 알고 보니 한류 냥아치?!?! K-고춧가루 따위!! 고개 갸우뚱도 없이 그냥 저벅저벅 들어와서 그 위에 똥을 싸지르고 빨간 고춧가루 묻힌 인절미를 남겨 놓고 갔네요. 사향 고양이 똥은 루왁커피라도 만들 수 있다지만, 동네 냥아치의 냥똥하초로는 똥푸치노도 못 만들고, 불로장생 약재로 쓸 수도 없는 그냥 드러븐 쓰레기일 뿐이잖아요.

자본주의 솔루션
이쯤되니 제가 민간요법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고, 결국 ‘자본주의 솔루션’을 구하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정말 탐험하고 싶지 않았던 그 곳!!! 내 지갑을 집어 삼키려는 피라냐떼가 득실거리는 그 곳!!! 바로 아.마.존.이죠.
결국 내 피 같은 돈을 내어주고, 모션 디텍션 스프링클러(Motion Detection Springkler)를 구입해 마당에 설치했습니다. 고양이를 다치지 않게 하면서도 고양이가 싫어해서 접근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어요. 스프링클러 주변에 움직임이 감지되면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쏴아~!!! 하고 쏟아져 나와 놀라서 도망가게 하는 효과거든요.

물건을 받아 설명서를 꼼꼼히 읽은 후 설치를 했습니다. ‘냥아치야, 이제 다시는 보지 말자~!’ 하며 이 자본주의 솔루션이 저의 고민을 깨끗이 해결해 주리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 기대가 무색하게 다음날 아침 마당에 작은 산봉우리가 생겨 있길래 설마설마하며 파헤쳐 보니 젠장할~! 스프링클러 바로 옆에다 또 똥을 싸질러 놨더라고요!!!! “아니, 왜??!?!?!?” 하며 울분을 터뜨리려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 지금 똥 파헤치는 동안 스프링클러가 물을 안 쏘네?!?!? 고장인가 싶어 스프링클러 앞을 요리조리 왔다갔다 해보는데 갑자기 물벼락!!! 아~, 쫌~!!!

그래서 수도를 잠그고 모션 테스트를 해보니 이 스프링클러가 움직임을 잘 감지하지 못하더라고요. 불량품을 받은 거였나봐요. 그래서 제품 교환 요청을 하고, 새 제품으로 받았는데 역시나 똑같이 어떤 때는 모션을 감지하고, 어떤 때는 모션을 감지 못하는 겁니다. 사실 스프링클러 중에 듣보잡 중국산 50불짜리와 미국 브랜드(제조는 중국이겠지만) Orbit에서 나온 70불짜리가 있었는데, 후기를 보니 50불짜리 후기가 훨씬 더 많아서 이걸로 고른 거였어요. 그런데 역시 중국산 자본주의 솔루션에는 뽑기 운도 따라줘야 하는 거더라고요.

중국산 스프링클러가 모션을 잘 감지하지 못해 교환을 했지만 결과는 역시나… ©스마일 엘리

미션 클리어!
이미 두 번의 실패를 맛본지라, 이번엔 브랜드 네임이 있는 미국산 스프링클러를 도입해 보기로 하고 주문해서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모션 감지 테스트를 해보니 오오~~ 모션을 잘 감지해서 적절한 타이밍에 물 뿜뿜~ 쏴주더라고요.

미션을 잘 수행 중인 스프링클러 ©스마일 엘리

그리고 어느 날 밤, 또 다시 울리는 보안 카메라 알람음! 그래서 실시간 카메라를 켜서 확인을 해봤지요. 역시나 그 냥아치였습니다. 그런데 이 냥아치가 아주 살금살금 저희집 마당으로 걸어 들어오더니 잠시 멈춰서 스프링클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냥 가더라고요?!?!?! 아마도 전에 왔다가 물벼락을 한두 번 맞은 적이 있는 듯했어요. 그 후로는 냥똥하초도 안 보이고, 파헤쳐진 흙도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대낮에 갑자기 알람음이 울려서 실시간 카메라를 켜보니 아무도 없고, 스프링클러만 돌아가고 있었어요. 아마도 냥아치였거나, 아니면 다른 작은 동물이었나봐요. 아무튼 마당에 들어왔다가 스프링클러의 물벼락에 놀라 쏜살같이 달아난 거겠죠.
그렇게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냥아치의 흔적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번 전쟁은 미국 자본주의 솔루션의 승리인 듯합니다. 진작에 설치할 걸 그랬어요.
모제스 레이크에 살 때도 이것을 알았다면 허구헌 날 우리집 마당에 개똥 싸고 모른 척 했던 그 양심 없는 개주인에게 물세례로 답해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혹시 여러분 중에 주인 없는 동네 길고양이 똥이나 개똥 문제로 고민하는 분이 계신다면 모션 감지 스프링클러를 강추합니다!!!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워싱턴주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 정보, 일상, 문화 차이, 여행기 등을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이자 <엘리네 미국 유아식> 책의 저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