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fence) 트러블
2019년 마지막 12월에 새 집에 입주를 하고 그 즐거움을 만끽할 여유도 없이 미국 유아식 책 원고 작업을 하느라 매일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 2~3시까지 너무너무 바빴답니다. 원고를 넘기고 나서는 드디어 행복한 세상이 올 줄 알았어요. 그런데 3월부터 코로나 터지고, 집 펜스 사건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집에서 생긴 ‘펜스 트러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펜스 같이 할래요?
집이 거의 다 지어져 갈 때쯤 집 구경을 갔다가 우연히 왼쪽집 이웃이 될 분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어요. 자신을 싱글남 알프레도라고 소개하면서, 펜스할 계획이면 같이 하자고 하더라고요. 펜스를 양쪽 옆집, 뒷집과 함께 하면 비용을 반반씩 부담하게 되니 훨씬 이득이라 같이 안 할 이유가 없었지요. 알프레도 씨가 자기 왼쪽집도 같이 하기로 했고, 뒷집도 같이 할 수 있도록 자기가 얘기해 보겠다길래, 그럼 제 이웃들은 제가 얘기해 보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펜스 업체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C 업체라길래 마침 제가 인터넷에서 리뷰를 찾아보고 견적 요청을 하려던 곳이라 더더욱 잘 됐다 싶었죠. 그래서 제 이웃들까지 다 함께 해서 가격협상을 좀 더 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냥 조용히 찌그러져 있을 걸 제가 뭐라고 나서서 이런 오지랖을 부렸는지…….
아무튼 입주 후 뒷집에 가서 인사를 하며 펜스 같이 하겠냐고 물어보니 저희가 입주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며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셨고, 얼마 뒤에 건축사 사무실에 갔다가 우연히 오른쪽집 이웃이 될 분을 만나서 또 펜스 같이 하겠냐고 물어보니 그러자고 하셔서 이렇게 저는 제 이웃들을 모두 한 배에 태우게 되었습니다.

협상의 정석
알프레도 씨도 자기 이웃들까지 4가구가 함께 하기로 했다고 해서 제가 C 업체에 메세지를 보냈어요. 제 이웃들과 알프레도 씨의 이웃들까지 총 7가구가 함께 펜스를 하기로 했으니 피트당 32불인 가격을 혹시 30불 정도로 낮춰줄 수 있는지 알고 싶다고요. 사실 30불은 안 될 줄 알고 있었고, 31불로 서로 기분 좋게 협상하기 위한 작전이었죠. 그런데 C 업체의 사장 에디 씨가 아무 대답이 없는 겁니다. 이 동네 다른 사람들은 피트당 37불에 했는데, 여럿이 같이 하는 조건으로 32불로 할인해줬다는 말을 들었는데, 제가 가격을 더 깎으려 해서 기분이 상했나 하는 소심한 마음에 일단 답장을 기다렸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답장이 없더라고요.

그러다 일주일 뒤에 우연히 앞집에 펜스 공사를 하러 온 에디 씨를 보고 인사를 하며 메세지 받았냐고 물어보니, 자기가 너무 바빠서 답장을 못했다며 30불은 안 되고 공사 후에 인터넷에 리뷰를 남겨주는 조건으로 31불에 해주겠대요!!! 협상 성공!!!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저는 이런 거 스스로 해낼 때마다 막 성취감이 뿜뿜합니다.
1월 초에 뒷집 폴 아저씨가 3주 뒤에 3달 동안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 펜스 공사를 언제 할지, 그리고 펜스 비용을 저에게 전해주고 가도 되는지 물어보셔서 에디 씨에게 확인해보니, 날씨와 자재가 언제 올지에 달렸지만 다음주부터 공사를 시작할 수 있고, 펜스 비용은 제가 전해주거나 우편으로 보내도 된다고 해서 저는 당연히 펜스 공사가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잠수탄 펜스 업자
가격협상 후 에디 씨가 왼쪽집 알프레도 씨, 오른쪽집 존 아저씨, 뒷집 폴 아저씨, 그리고 저의 견적서를 한꺼번에 저에게 보냈는데, 다른 집은 31불로 견적을 내고 제 것만 32불로 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펜스 색깔도 아이보리색이어야 하는데 알프레도 씨와 제 것은 흰색으로 되어 있어서 수정한 견적서를 다시 보내 달라고 메세지를 보냈지만 또 답장이 없더군요.
이 메세지를 보낸 것이 1월 13일이었는데 심지어 3월이 지나도록 아무 연락이 없었습니다. 저는 왠지 펜스 업자 에디 씨가 저를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더 이상 연락하고 싶지 않았는데, 오른쪽집 존 아저씨가 에디 씨와 몇 번 연락을 했고, 다시 연락을 해보겠다고 하시더니 며칠 후 에디 씨가 공사를 하러 다음날 오기로 했다기에 알았다 했어요. 그러나 그 다음날 공사하러 오겠다던 에디 씨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답니다.

협박 메세지
다음날 화가 난 존 아저씨가 자기는 다른 업자에게 견적 요청했다며 같이 하겠냐고 해서 저도 에디 씨에게 마음이 상해서 존 아저씨와 같이 하기로 하고, 뒷집 폴 아저씨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엘리, 우린 이미 다른 업자랑 하기로 했어요. 다음주에 공사 시작할 겁니다. 에디 씨는 연락도 잘 안 되고, 우리 건너편 집도 에디 씨랑 하기로 했는데 연락이 안 돼서 화가 났어요. 그 집도 다른 업자랑 할 예정이에요.”
에디 씨는 이미 이웃들의 신뢰를 잃어버려 다들 각자의 업자를 찾고 있었던 거죠. 다행히 존 아저씨와 폴 아저씨가 견적을 낸 업체가 같은 곳이어서 공사를 같이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왼쪽집 알프레도 씨에게도 이 사실을 문자로 알렸는데, 이런 답장이 오더군요.
“에디 씨에게 이미 자재가 다 도착했어요. 가격도 낮추게 하고 자재도 다 도착했는데 이렇게 에디 씨를 배신하는 건 불공평한 것 같아요. 전 그냥 에디 씨랑 할래요.”
그리고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지난 두 달 동안 아무 소식이 없던 에디 씨가 저에게 이런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이미 나한테 당신과 다른 사람들 자재가 다 와 있어요. 난 당신의 동의에 따라 한꺼번에 공사를 하고 싶었는데요? 존은 지난 주에 입주했잖아요. 공사를 안 할 거면 미리 연락줄 수도 있었잖아요? 나는 당신의 승인을 받았으니 11가구 중 7가구의 자재값을 청구할까요?”

동양인 여자라고 무시해?
순간 머리가 띵~ 손발이 후덜덜~~! 뭐죠, 이 협박성 메세지는? 저는 어떤 승인도 한 적이 없고, 어떤 서류에도 싸인한 적이 없는데 제가 왜 7가구의 대표가 되어 있으며, 7가구의 자재값을 지불하라는 거죠? 심지어 제가 받은 견적서는 가격도, 펜스 색깔도 잘못되어 있고, 수정 견적서를 받아보지도 못했는데요?
게다가 지금 이 공사가 깨진 원인이 누구 때문인데요? 자기가 공사하러 오겠다, 오겠다 하고는 안 오고 연락도 안 돼서 모든 이웃들이 화가 나서 돌아선 건데 지금 누구 탓을 하는 건가요? 그리고 공사를 안 할 거면 미리 연락을 달라니, 연락이 안 된 게 누군데요? 지금 이 펜스 업자가 저를 띄엄띄엄 본 거 맞죠? 미국 물정 모르는 어리버리한 동양 여자 같으니 이렇게 협박하면 겁 먹을 거라 생각한 거 맞죠?
네, 저 겁 먹었어요……. 펜스 견적이 한 가구당 거의 1,000만원 가까운 금액인데, 인건비 빼고 자재값만 해도 7가구면 어림잡아 3,500만원이잖아요.ㅠ.ㅠ 이걸 나에게 청구하겠다니 겁이 안 날 리가 있나요?
‘아, 나는 왜 오지랖을 부려서 사람들에게 같이 펜스하자고 했을까, 그냥 남이 하자고 하면 조용히 돈만 내고 기다릴 걸~’ 하며 후회했죠. 그리고 ‘이거 아무래도 서로 고소할 각이구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왔습니다. 이 사태를 저는 어떻게 해결해야 될까요? 결과는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To be continued~~~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워싱턴주 모제스 레이크(Moses Lake)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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