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끄고 누워 스마트폰을 보면 안압이 높아져 녹내장 위험이 증가한다. ©김안과 병원

가장 빨리 늙는 눈
신체의 노화 속도를 결정하는 요인은 크게 3가지이다. 첫 번째는 타고난 유전적 요인, 두 번째는 그 사람이 처한 환경적인 요인, 세 번째는 그 사람이 가진 생활습관이다. 이 3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다른 사람에 비해 조금 더 빠르게 혹은 느리게 노화가 진행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인의 생활습관이다. 유전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고, 사는 지역이나 직장 등도 쉽게 바꾸기 어렵지만, 생활습관은 내가 선택해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신체에서 노화가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은 피부이다. 피부는 25세를 정점으로 26세부터 노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피부가 점점 얇아지고 탄력이 떨어진다. 피지 분비가 감소해 건조하고 윤기를 잃기도 한다.
그리고 신체 장기 중에서 노화가 가장 먼저 찾아오는 곳은 눈이다. 눈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기관이다. 심지어 잠을 자는 동안에도 눈은 계속 움직인다. 40세가 넘으면 눈의 노화 증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는데, 이것이 노안(老眼)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의 모바일 기기 사용 증가로 30대에도 노안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노안이 오면 수정체가 딱딱해지고 탄력이 떨어지면서 가까운 사물을 볼 때의 굴절력이 저하되어 상이 흐리게 보이게 된다.
우리 몸이 1,000냥이라면 눈이 900냥이라는 속담처럼, 눈은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 중 하나이다. 요즘은 노안을 개선하는 치료제가 나오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한 번 나빠진 시력은 되돌리기 어렵다. 따라서 눈의 노화를 최대한 늦추는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루 2시간 야외 활동
서울 아산병원 안과 임현택 교수에 따르면, 눈 건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햇빛이라고 한다. 그래서 실내 생활 시간이 많고 야외 활동 시간이 적을수록 근시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면 스마트폰, 컴퓨터, TV 등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는 것도 문제지만, 똑같은 스마트폰도 야외에서 보면 근시 발생률이 낮아진다고 한다. 이유는 태양빛 때문이다.
밝은 형광등이 켜진 방이나 사무실의 밝기가 1,000 룩스인데, 날씨 좋은 날 밖에 나가면 태양의 밝기가 10,000 룩스를 넘어간다. 이런 태양빛 아래에서는 우리 눈에 도파민이 생성되어 망막의 여러 세포들과 작용해 눈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현재 10세 미만 어린이 중 무려 10%가 안구건조증이 있고, 근시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일부 국가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의무적으로 하루 2시간씩 야외 활동을 하도록 사회교육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성인들도 하루 1시간 이상 야외 활동을하는 것이 눈 건강에 좋다고 한다.

눈 건강을 위해서는 하루 2시간 정도 야외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로이터 통신

야외에서 선글라스 사용 필수
야외 활동을 할 때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아이템이 선글라스이다. 눈이 강한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면 안구 건조, 안구 충혈, 결막염 등의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선글라스의 가장 큰 기능은 태양빛의 자외선과 푸른색 계열의 광선을 차단해주어 망막의 손상을 막아 시력을 보호해주는 것이다.
선글라스가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렌즈 표면에 UV코팅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플라스틱 렌즈 위에 코팅된 부분은 1~2년 정도가 지나면 그 기능이 다해 자외선 차단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여름이 되기 전에 자외선 차단율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선글라스의 경우 렌즈에 색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운전을 하거나 사물을 보기 위해서는 동공이 커지게 되는데, 만약 자외선 차단율이 낮다면 오히려 자외선을 더 많이 받아들이게 된다.
어린 아이의 시력은 약 6세에 완성되는데, 소아용 선글라스로 자외선을 차단하거나, 챙이 넓은 모자 등으로 자외선을 가리는 것이 좋다.

작은 글씨는 눈의 피로 유발
스마트폰 사용은 대표적인 근거리 작업으로 근시를 유발해 시력을 떨어뜨린다. 카메라의 ‘줌 인’, ‘줌 아웃’ 기능처럼 우리 눈도 물체와의 거리에 따라 수정체를 이용해 원근조절을 한다. 큰 글씨는 많이 조절하지 않아도 볼 수 있지만, 작은 글씨는 더 많은 조절을 해야 선명한 상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작은 글씨를 오래 보면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원근조절력이 약해져 시력 저하가 나타나게 된다.
또한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하면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줄어들어 눈물막이 말라 안구건조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눈은 1분에 평균 15번 정도 깜빡거리는데, 화면을 주시할 때는 1분에 5번 정도만 깜빡거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눈 건강을 위해서는 스마트폰으로 글을 읽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할 경우에는 ’20-20-20 룰’을 따르는 것이 좋다. 20분 집중 후에는 20초간 눈을 감거나, 20피트(6m) 이상 떨어진 물체를 주시하며 눈을 쉬게 해주는 것이다.

어두운 데서 스마트폰 보면 녹내장 위험
마지막으로 눈 건강에 최악인 습관은 잠자기 전에 불을 끄고 눕거나 엎드려서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TV 등을 보면 초점을 맞추기 위해 눈의 동공이 커지고 수정체가 앞으로 쏠리며, 눈의 섬모체 근육이 긴장하게 된다. 또한 가까운 거리에서 스마트폰을 보면 원근조절 작용으로 수정체가 두꺼워지면서 눈안의 방수가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눈의 압력이 높아진다. 이런 자세로 스마트폰을 보면 5분 후부터 안압이 높아지기 시작해 15분이 지나면 안압이 25%까지 상승한다.
이렇게 갑자기 안압이 올라가면 시신경에 압박이 가해지면서 급성 폐쇄각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다. 또한 화면의 빛이 동공으로 들어와 망막에 자극을 주어 야간 근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삼가야 하고, 스마트폰과의 거리는 최소한 30cm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