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아들의 생일축하 노래를 듣고 사망한 암 환자(왼쪽), 꽃향기가 좋다며 영정 앞에 꽃을 올려 드리고 있는 아이(오른쪽) ©ntdtv.kr
강윤식 박사
기쁨병원 대표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2016 한미 참의료인상 수상
gibbeumhospital.com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 83.3세
이번 칼럼에서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1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평균 83.3세이며, 남자는 80.3세, 여자는 86.3세입니다. 따라서 현재 40~50대 성인의 경우, 여성은 90세 이상, 남성은 85세 이상 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정도의 수명을 누렸다면 아쉬움이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족에 대한 제1 의무
첫째, 가족에 대한 책임에 완벽을 기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아무리 길어졌다고 한들, 그것은 어디까지나 통계적인 ‘가능성’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유병 상태로 보내는 기간이 평균 17년이나 되기 때문에 건강 기대수명으로 따지면 남성의 건강 기대수명은 65.2세, 여성은 67.2세로 크게 줄어듭니다. 남녀간에 별 차이도 없습니다.
게다가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돌연사’라고 부르는 심혈관 질환이 세계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사망원인 2위입니다.
한국의 2020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기대수명을 누리지 못하고 80세 이전에 조기 사망하는 비율이 51.4%이며, 특히 남성들의 경우 64.2%가 기대수명보다 조기에 사망했습니다. 더 나아가 전체 사망자의 약 80%가 암을 비롯한 당뇨, 고혈압, 뇌졸중, 알츠하이머 등의 만성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40~60대 중장년이 어느 날 갑자기 돌연사하거나 암을 비롯한 심각한 질병에 걸리게 되면 남은 가족들의 삶은 예측불허의 상태로 내몰리게 됩니다.
특히 암은 30대부터 고령층까지 전체 연령대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이 때문에 5대 암 검진이 대중화되고 조기 발견율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암이 중기 이상에서 발견되거나 재발되는 확률이 높아 한국인 사망원인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치료비 또한 수천만원 대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가정 경제가 휘청일 정도로 큰 부담을 주게 됩니다.
따라서 중장년의 나이에 적극적인 건강검진을 받는 것은 자기 자신과 가족들을 위한 가장 중요한 의무이자 책임이라는 점을 마음 깊이 새겨야 합니다.

웰 다잉(Well-dying)
둘째, 인간다운 품위를 유지하며 잘 죽기 위해서입니다.
한번 죽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정해진 일입니다. 하지만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사람에 따라 아주 다릅니다. 그래서 옛 성현들은 인생의 5복을 이야기하면서, 오래 살고, 건강하고, 부자가 되고, 남에게 덕을 베푸는 것에 더해 마지막으로 질병 없이 살다가 고통 없이 편안하게 일생을 마치는 죽음복을 큰 복으로 꼽았습니다. 근래에는 과학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기대수명이 100세를 내다보고, 고령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인간으로서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는 존엄사와 웰 다잉(well-dying)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죽는 것이 잘 죽는 것일까요?
첫째, 고통 없이 죽는 것입니다. ‘9988234’ 구호처럼,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만 아프고 죽는 것입니다.
둘째,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이 복 받은 죽음입니다. 배우자에게는 물론이고,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부모로 죽는 일은 모두가 피하고 싶은 일일 것입니다.
셋째, 너무 갑작스런 죽음보다는자신과 가족들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죽음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최선의 대안
이처럼 건강한 삶과 복 받은 죽음을 생각할 때 우리가 가장 피해야 할 죽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암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말기 암 환자의 고통은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 아니면 상상조차 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말기 암 환자를 뒷바라지하는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과 정신적 고통은 그야말로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암을 완전히 예방할 수 없다면 최소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해서 암으로 죽음을 맞는 일만큼은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건강검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암 검진이라고 하겠습니다.
암 검진 다음으로 건강검진에서 중요한 부분은 만성질환입니다. 건강 기대수명이 67세라면, 그 이후에는 각종 질병으로 인해 일상적인 활동에 크고 작은 제한을 받으며 살게 됩니다. 다시 말해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이지요. 뇌출혈이나 뇌 경색으로 반신불수가 되거나, 치매가 진행되면서 가족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보셨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최선의 대안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심혈관 질환을 비롯한 성인병과 각종 대사질환, 알츠하이머 질환 가능성 등을 확인하고 평소에 잘 관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자신과 가족의 삶을 지키는 가장 책임감 있는 자세입니다.
언젠가 우리는 모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이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 마지막 가는 길에 최대한 고통을 줄이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우리는 건강검진을 꼭, 그리고 잘 받아야 합니다. 건강검진 항목을 잘 선택하는 것은 삶의 중요한 지식이자 지혜입니다. 따라서 다음 칼럼에서는 건강검진에 포함되어야 할 구체적인 검사 항목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