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약을 아무리 적게 써도 환자에게 위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마취 담당 의사가 환자의 바이탈 사인을 확인해야 한다.
강윤식 박사
기쁨병원 대표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2016 한미 참의료인상 수상
gibbeumhospital.com

대장 내시경 의료사고
대장 내시경 검사를 꺼리는 분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비단 검사의 고통만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대장 내시경 검사 중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해서도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간혹 언론에 수면 내시경을 받던 분이 그대로 의식을 잃고 사망하거나, 대장 내시경 검사 중 장에 구멍을 내서 복막염이나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른 사례들이 보도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안전과 건강, 나아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면 다소 지나치다 싶을 만큼 조심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비행기 사고 뉴스를 보고 비행기 타기가 무서워 자동차나 자전거를 타기로 결심한다면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행동입니다. 영국의 환경교통조사부(DETR) 조사에 따르면 10억km를 이동했을 때 사망자 수는 오토바이 108.9명, 자전거 44.6명, 자동차 3.1명, 배 2.6명, 기차 0.6명, 버스 0.4명, 비행기 0.05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시경 의료사고 뉴스를 보고 내시경 검사를 피하는 것은 우리의 건강과 생명에 훨씬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로또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비행기 사고가 실제로 가끔씩 일어나듯이, 내시경 의료사고도 가끔씩 발생합니다. 그러나 비행기 사고 때문에 비행기를 안 탈 수는 없듯이, 의료사고 때문에 내시경 검사를 안 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실재하는 불안요소를 정확히 알고 대비하는 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입니다.

수면마취 사고
첫 번째로, 수면 내시경을 받다가 깨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해보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사고는 대개 마취 전문의가 없는 작은 병원, 의원에서 발생합니다. 동일한 용량의 마취제를 주입해도 사람에 따라 반응 정도가 다르고, 혈압저하, 호흡곤란, 무호흡 증상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마취 전문의가 없는 병원이 36.7%에 달합니다. 그리고 심장충격기와 산소포화도 측정기 같은 응급장비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응급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수면 내시경 검사를 받으실 때 마취 전문의가 있는 병원인지 미리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또한 수면 내시경 검사 중에 무호흡 증상이 나타나는 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턱을 당겨 기도가 일직선이 되게 하여 산소 공급량을 늘려주면 바로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따라서 모니터링만 잘 하면 이런 사고는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모니터링이 잘 되는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으신다면 수면 내시경 검사를 무서워하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냥 마음 편히 한잠 푹 자고 일어나시면 됩니다.

장천공
두 번째는, 내시경 검사 중에 실수로 장천공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실제로 대장은 구불구불한 형태로 되어 있고, 장벽은 2mm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얇고 부드럽습니다. 따라서 장 속 깊숙이 단단한 내시경 스코프를 안전하게 삽입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숙련도와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대장 내시경 검사 10,328,360건을 분석한 결과 천공발생률이 10,000건당 5.8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1,700명 당 1명 꼴입니다. 즉 완벽하게 피할 수 있는 위험은 아닙니다.
장천공의 위험을 높이는 요소들로는 과거 복부 수술력, 반복적 게실염, 염증성 장질환, 용종 절제, 방사선 치료, 고령, 동반질환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은 이미 정해져 있는 상수입니다. 다행히 장천공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변수들이 있습니다.
첫째, 깨끗한 장청소입니다. 장이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으면 내시경 시야 확보가 쉬워 더 정확하게 내시경을 삽입할 수 있기 때문에 천공 위험이 낮아집니다. 따라서 복용이 간편하고 장 세척력이 우수한 대장 내시경 약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둘째, 경험 많은 내시경 의사에게 검사를 받는 것입니다.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내시경 시술 경험 상위 20%의 내시경 의사는 하위 20%의 내시경 의사보다 장천공 발생률이 1/3 이하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과거 복부 수술력이나 고령, 동반질환 등 장천공의 위험 요인들을 갖고 있는 분이라면 대장 내시경 센터를 선택하실 때, 시술 경험이 충분한 의사를 신중하게 선택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수면 내시경이 더 안전
간혹 수면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으면 천공 위험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굳이 비수면으로 검사를 받겠다고 고집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950건의 대장 내시경 검사 논문을 분석한 한 연구에 의하면, 비수면 대장 내시경 검사 2,460건 중 장천공이 1건 발생하였고, 수면 대장 내시경 검사 7,641건 중에서는 장천공이 2건 발생했습니다. 다시 말해, 비수면 내시경 검사의 장천공률은 0.04%, 수면 내시경 검사의 장천공률은 0.026%로 수면 내시경 검사가 비수면 내시경 검사보다 더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대장 내시경의 불편감과 공포감을 없애고, 장천공에 대한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수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으시도록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