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직원을 응원하며 마음 편히 보내주자. ©Jobindex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코칭경영원 협력코치 blizzard88@naver.com

직원의 사표
어느 여론조사업체 N 사장을 만나 식사를 하는데 표정이 어두웠다. 이유를 물어보니 “며칠 전 해고를 당했다”는 것이 아닌가. 오너인데 무슨 해고?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났던 것처럼 회사 임원진에게 뒤통수라도 맞은 것인가? 잠시 후 그가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내가 꼭 붙잡고 싶은 유능한 직원이 다른 회사로 가겠다며 사표를 썼어요. 더 이상은 나랑 같이 일하지 않겠다는 뜻이니, 사장으로서는 해고 통보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간 나의 사장 노릇을 복기해보며 유능한 직원에게 해고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반성 중입니다.”
다른 IT업체의 P 사장은 사직서를 내려는 직원을 붙잡고 “나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중소기업 사장들을 만나보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직원이 “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하며 독대를 청해 오는 것이라고 한다. 십중팔구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중소기업체 사장들의 넘버원 애창곡은 “내 곁에 있어주”라고 하겠는가.
에이스 직원이 떠난다고 할 때 사장의 근심은 더욱 깊어진다. 붙잡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을 애타게 불러봤자 떠날 사람은 어차피 떠난다는 사실을.

이탈형 이직 VS 성취형 이직
서정주 시인은 <자화상>이라는 시에서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라고 읊은 바 있다. 그렇다면 리더를 키우는 팔 할은 무엇일까. 아마도 ‘고독’이 아닐까 한다. 리더의 고독은 책임감의 지수다. 구성원과 같이 기뻐할 수는 있지만, 그들과 함께 아파하기를 요구할 수는 없다. 그래서 혼자서 모든 책임과 맞서며 외로운 사투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
믿고 아끼던 직원이 퇴사할 때, 리더는 수족이 잘려나가는 듯한 아픔과 자책감으로 힘들어 한다. 이때 그 직원의 부적응 문제, 조직 충성도, 사수의 리더십 등을 문제 삼으며 손가락질하는 리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리더는 직원의 퇴사를 자신의 리더십과 경영능력에 대한 엄정한 경고로 받아들인다. 직원이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은 조직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고, 이는 조직을 운영하는 경영자의 능력에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사수가 부하직원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는 것은 그 사수를 제대로 이끌지 못한 사장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직원의 사표를 자신에 대한 해고 통지서로 받아들이며 진지하게 자신을 성찰하고 조직을 관찰하면서 나아갈 방향을 끊임없이 통찰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이다.
다트머스대의 시드니 핀켈슈타인 교수는 그의 저서 <슈퍼보스>에서 직원의 이직을 긍정적 이직과 부정적 이직으로 구분한다. 부정적 이직은 ‘회사 보고 들어왔다가 상사 보고 떠나는’ 이탈형 이직을 말한다. 반면 긍정적 이직은 ‘더 나은 기회를 위해 떠나는’ 성취형 이직이다. 식물이 자라면 분(盆)갈이를 해주어야 하듯이, 인재가 성장하려면 더 큰 무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취형 이직인 경우는 조직 이탈자라기보다는, 업계에서 나의 우군이 되어줄 수 있고, 기존 직원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둘을 잘 판단하고 대응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응원하며 보내주기
직원의 사표를 자신의 리더십을 검증하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들과 ‘잘’ 헤어지는 일이다. 홍보업계의 B 사장은 직원이 떠날 때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지며 자신을 다독인다고 한다. “나는 과연 그 직원을 평생 책임지고 돌봐줄 자신이 있는가?” 이렇게 자문자답을 해보면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돌봐주며 백년해로할 자신도 없으면서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흔들림 없는 충성을 요구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한다.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제조업체의 D 사장은 직원들이 사표를 내고 떠날 때, “절대 나쁜 감정으로 헤어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 회사보다 큰 곳으로 옮겨가는 직원은 ‘적진에 우리 회사의 영업맨을 한 명 심어 놓는다’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이직을 응원해줍니다. 물론, 유능한 에이스가 떠나면 다른 직원들이 동요할까봐 걱정되기는 하지요. 그리고 분위기가 잠시 어수선해지도 하고요. 하지만 금방 제자리로 돌아오더라고요. 그리고 오히려 우리 회사에서 잘하면 다른 회사에 스카우트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더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도 생기고요. 그래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직원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회사 영업맨들이 늘어나는 것이고, 그 자리를 젊은 피의 새로운 인재들로 채운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또 어쩌겠습니까.”

재를 뿌릴까, 꽃을 뿌릴까
내공 있는 사장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이미 마음 떠난 사람은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이스라고 생각하는 직원과는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어느 인사 담당 임원은 에이스 직원이 다른 회사로 이직한 후에도 명절 때마다 시골에 계신 그의 부모님에게 정기적으로 선물을 챙겨 보내드렸다. 그 결과, 몇 년 후 그 직원은 결국 원대 복귀하였고, 현재 가장 충성스러운 오른팔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직원이라도 기왕 가는 길, 마음 편히 가도록 해주라고 말한다. 그것은 떠난 직원이 회사를 나쁘게 말하지 않는 ‘보험’의 역할도 되고, 남은 직원들에게 통 큰 사장으로 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를 버리고 가는 님, 십 리도 못 가서 발병이나 나라’가 솔직한 심정이겠지만, 그걸 내색하지 않아야 남아 있는 직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
직원의 퇴사. 그의 앞에 재를 뿌릴 것인가, 꽃을 뿌릴 것인가. 괘씸하고 마음 아픈 이별의 순간에도 먼 훗날을 기약할 줄 아는 지혜, 남은 직원들의 마음을 다독일 줄 아는 여유, 자신의 상처는 곪아 터지고 문드러져도 회사와 직원들을 먼저 챙기는, 그 쉽지 않은 배려가 바로 사장인 리더의 일이자 당신이 짊어진 책임이다.
리더여, 혹시 지금 홀로 자책하며 눈물 흘리고 있지는 않은가. “사표 내고 열흘도 못 가서 발병이나 나 버려라” 하는 마음보다는, “가시는 길 고이 진달래꽃 뿌려 드리오리다”하며 축복해주자. 그리고 그들을 끝까지 우군으로 만들 방법, 그들을 언젠가 ‘돌아올 연어’로 생각하며 그들을 수용할 큰 바다 리더십을 키울 방법부터 궁리해보자. 이제부터가 진정한 리더의 고독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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