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트럼프 죽이기에 클린턴 부부의 범죄 사실로 반격한 트럼프 ©CNN.com

편집자주 – 트럼프 대통령을 ‘evil (악마)’ 또는 ‘idiot (멍청이)’이라는 프레임으로만 바라보면 한미간의 외교와 무역 문제는 물론, 북한 핵문제와 남북평화, 중국과의 무역 문제 등에 있어 국익에 큰 해가 된다는 판단 아래,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1월에 쓴 『트럼프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전문을 연재한다.

트럼프의 음담패설

1차 TV토론회 후 트럼프에게 최악의 사건이 터졌다. 선거를 한 달 앞둔 2016년 10월 7일, <워싱턴 포 스트>가 2005년 트럼프의 음담패설 기사를 대서특필한 것이었다.

11년 전인 2005년 당시 트럼프는 헐리우드 스타에 버금가는 연예인이었는데, 촬영장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은 동료와 어떤 여성을 유혹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내용이었다. 어떻게 보면 사석에서 남자들끼리 주고받는 이야기로 가볍게 지나갈 수도 있는 내용이었지만, 트럼프를 하차시킬 기회를 노리고 있던 언론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더구나 그것이 성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에 그 폭발력은 가히 메가톤급이었다.

이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그날 트럼프는 ‘우리 삶의 나날들(Days of Our Lives)’이라는 드라마에 카메오로 출연했는데, 연예 프로그램 <액세스 헐리우드(Access Hollywood)>의 진행자 빌리 부시(Billy Bush)가 세트장으로 향하던 트럼프와 함께 버스로 이동하며 저속한 대화를 주고받은 것이 두 사람의 마이크를 통해 녹음되었던 것이다. 빌리 부시는 부시 주니어 대통령의 사촌이다.

트럼프의 최대 위기

이 사건으로 공화당 여성 유권자들과 기독교인들의 표심이 대거 이탈하면서 트럼프는 최대 위기를 맞게 되었다. 나아가 이를 기화로 여러 명의 여성들이 트럼프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방송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들 중 아무도 트럼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채, 트럼프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심지어 한 여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비즈니스를 홍보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의 음담패설과 여성들의 이야기를 2주 동안 거의 매 시간 주요 뉴스로 보도하며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트럼프 지지를 철회하도록 압박했다. 그러자 트럼프에게 감정이 상해 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비롯해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트럼프에 대한 지지 철회 또는 유보를 발표하였다.

주류 언론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트럼프의 후보 사퇴를 종용하며 구체적으로 부통령 후보인 마이크 펜스가 대통령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여론을 몰아갔다. 벼랑 끝에 몰린 트럼프는 처음으로, 자신의 음담패설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발표하였다.

트럼프의 역공

그런데 여기서 무너질 트럼프가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역공에 들어갔다. 트럼프는 상대방이 싸움을 걸어올 때 결코 물러서지 않고 항상 철저하게 반격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반격을 취하기 전에 먼저 배후를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이 녹음파일은 정치계와 언론계에 이미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런데 이미 11년이나 지난 일이고, 일종의 시답잖은 남자들의 허풍이었기 때문에 기사화되지 않고 묻혀 있었다.

그런데 힐러리와 트럼프의 2차 TV 토론회를 딱 이틀 앞둔 상황에서 반트럼프 언론의 선봉인 <워싱 턴 포스트>가 음담패설 기사를 터트린 이유는 2차 토론회 전에 트럼프에게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히기 위한 것이었다.

상황파악을 끝낸 트럼프는 마침내 힐러리의 남편인 빌 클린턴의 성폭행 사건들을 언급하며 포문을 열었다. 빌 클린턴은 아칸소주 검찰총장 시절부터 수많은 여성들에게 강간을 비롯해 온갖 성폭력을 일삼아 왔고, 힐러리는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이를 묵인하면서 오히려 피해 여성들을 협박해 사건을 은폐해 온 위선자이며, 주류 언론들 역시 클린턴 부부의 명백하고도 심각한 범죄 사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면서 11년 전 자신의 사적인 대화에 대해서는 무차별 공격을 해대는 위선자들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트럼프 지지자들도 ‘이것은 트럼프 죽이기’라며 민주당 지지 언론들의 편파적인 보도에 항의하는 동시에 ‘빌 클린턴은 강간범’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힐러리의 유세장에 찾아가 “빌 클린턴은 강간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또한 공직자로서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자행한 빌 클린턴은 성폭행의 원조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빌 클린턴은 법과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아칸소주 검찰총장 재직 시절부터 주지사를 거쳐 대통령이 되어서도 수많은 여성들에게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소송을 당하고 거액의 합의금을 물어주었으며, 심지어 백악관에서 20대 인턴과 성행위를 하다가 탄핵 위기까지 내몰린 미국 최악의 수치이자 섹스 스캔들 메이커였다.

더군다나 만약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어 빌 클린턴이 다시 백악관에 입성할 경우, 힐러리가 건강 문제로 대통령직을 수행하지 못할 때 빌 클린턴이 언제든지 다시 대통령직을 대행하며 또 다시 자신의 권력을 남용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언론들은 클린턴 부부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

이준길 법학박사(SJD, 금융법전공), 변호사(미국 North Carol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