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상 유머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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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유명(人死留名)? 인사유머!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유머를 남긴다.”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셨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말입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정말 품격 있는 유머를 많이 남긴 유머고수였거든요. 그때 그분이 얼마나 많은 유머와 위트를 남겨놓으셨는지 찾아봤던 기억이 납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오랫동안 우리 국민들의 정신적 지주로서 많은 위로를 주신 분입니다. 그분은 스스로를 ‘바보’라고 부르셨는데, 자신의 모교 자화상에 “바보야”라고 이름을 붙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니가 잘났으면 뭐 그리 잘났고, 크면 얼마나 크며, 알면 얼마나 아느냐? 안다고 나대고, 어디 가서 대접받길 바라는 게 바보지. 그러고 보면 니가 정말 바보처럼 산 것 같다.”
스스로 바보였음을 고백하는 그분의 솔직함과 정직함은 오히려 내면의 깊이과 유머감각을 더욱 빛나게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스스로를 낮추고 겸손한 삶을 추구했던 김수환 추기경의 유머 속에 담긴 삶의 지혜를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여유의 유머
첫째, 그분의 유머에는 삶의 여유가 담겨 있습니다.
2002년 초, 김수환 추기경이 ‘대선’과 관련해 신문기자들과 인터뷰를 할 때였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그분이 뜬금없는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저도 올해 출마합니다. 기호 1번입니다.”
마침 그해에 선거가 있던 터라 이 말을 들은 기자들이 깜짝 놀라며 김수환 추기경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러자 추기경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 지역구는 천국입니다. 하하하…”
이어서,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내려오는데 70년이 걸렸다면서 아직도 부족하지만 천국을 갈망한다는 소박한 소망을 전했습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희망을 당시의 사회적 상황과 연결해 표현한 위트가 참 놀랍습니다.

겸손의 유머
둘째, 자신을 살짝 내려놓으며 겸손을 표현한 유머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평소에 많은 외국 손님들과 면담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다른 언어로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고 주변에 있던 신부님들이 추기경에게 몇 가지 외국어를 구사하시는지 궁금해 물어보았습니다.
신부님 1 : 추기경님은 몇 가지 언어를 구사하시는지요?
추기경 : 나는 두 가지 언어를 잘합니다. 그 말이 무엇인지 맞춰 보세요.
신부님 1 : 추기경님이 독일에서 유학하셨으니 독일어를 잘하실 것 같고, 일제강점기를 사셨으니 아마 일본어도 잘하실 것 같습니다.
추기경 : 아닙니다.
신부님 2 : 예전에 영어로 이야기하시는 모습을 자주 뵈었는데, 그럼 영어와 독일어인가요?
추기경 : 아닙니다.
신부님 3 : 아, 그럼 혹시 독일어와 라틴어인가요?
추기경 : 그것도 아닙니다.
신부님 4 : 그럼, 한국어와 독일어인가요?
추기경 : 하하하… 아닙니다. 나는 두 가지 말을 잘하는데, 하나는 참말이고, 다른 하나는 거짓말입니다.
그 말을 듣고 신부님들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외국어 능력 대신, 자신이 성직자이지만 거짓말을 하는 인간적인 한계가 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내공 깊은 유머였습니다.

신앙적인 유머
셋째, 듣는 사람에게 신앙적인 믿음을 자극하는 유머입니다.
1998년 외환 위기를 맞아 전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이 한창일 때 김수환 추기경은 추기경 취임식 때 받은 금십자가를 내놓았습니다. 그 귀한 것을 어떻게 내놓으시냐고 주위에서 만류했지만 추기경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 예수님은 자기 몸을 버리셨는데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지요.”
자신의 약점은 물론, 자신에게 귀한 물건까지 겸허하게 나누신 추기경의 모습이 수많은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상대의 속엣말 들어주기
김수환 추기경은 늘 사람들의 ‘속엣말’을 읽어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상대방의 속엣말을 읽어주어야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면서요.
“사람의 마음속에서 웅얼대고 있는 속엣말을 읽어주세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모든 사람은 이 말을 하고 있거든요. ‘나는 대단합니다. 나 좀 알아봐 주세요. 나 좀 격려해 주세요.’ 그러니 그 속엣말을 듣고 그 사람을 바라보면 됩니다.”
평소 추기경은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이 말을 입에 올렸지만 감히 끝까지 읊조려볼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게 너무 많아서요…….”

그분이 남기고 가신 너무나 인간적인 말씀들이 참 좋습니다. 하나님을 믿든 안 믿든, 하나님의 지상명령인 ‘사랑’을 우리의 삶 속에서 작게라도 실천하면서 사는 삶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엄마와 웃음 통화를 하고, 아내에게 유머쪽지를 쓰고, 동네에서 만나는 분들에게 먼저 인사를 합니다. 매일 감사하고, 기뻐하는 웃음보약을 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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