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9연패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mbiz.heraldcorp.com

올림픽 9연패
‘금-금-금-금-금-금-금-금-금’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의 여자양궁 대표팀 강채영(25·현대모비스), 장민희(22·인천대), 안산(20·광주여대) 선수가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며 올림픽 9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1988 서울 올림픽에서 양궁 단체전이 시작된 이래 아홉 차례 치러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양궁은 단 한 번도 1위를 내주지 않고 무려 33년간이나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켜온 것이다.
한국 양궁이 이렇게 세계 최강인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한 분야의 레전드가 탄생하고 그 명성을 30년 이상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의미에서 CBS 권영철 대기자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싣는다.

현재의 실력만으로 선발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인 이유는 첫째, 오로지 현재의 실력만으로 국가대표를 뽑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국가대표 선발 3차전을 치를 때, 전년도 국가대표 선수들은 1차전과 2차전을 건너뛰고 3차전부터 참가했다. 그런데 한국양궁협회가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더 공정한 선발기준을 적용하였다. 기존 국가대표 선수들도 모두 1차 선발전부터 참가하게 한 것이다. 모든 선수들이 똑같은 조건에서 오직 현재의 실력만을 겨루어 선발되는 구조이다. 그 결과 2016년 리우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들도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해 탈락하였다.
또한 2020년 도쿄 올림픽 대표선수가 선발이 된 후 올림픽이 1년 늦춰지게 되자, 양궁협회는 다시 한 번 선발전을 치렀다. 그 결과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17살의 나이에 금메달 2관왕을 차지한 김제덕 선수가 합류할 수 있었다.

학연, 파벌, 추천 배제
두 번째 이유는, 선수 선발에 학연이나 파벌, 원로 추천 등의 요소가 전혀 개입되지 않는다. 과거 한국의 ‘메달밭’이라 불리던 금메달 효자 종목 중에는 특정 파벌이나 학연, 지연에 따른 특정 선수 밀어주기 논란으로 계속 시끄럽다가 지금은 존재감이 사라진 종목이 있다.
우리나라 축구가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었을 때 히딩크 감독이 선수선발에 있어 전권을 쥐고 있었다. 그 결과 파벌이나 학연, 원로 출신 등의 요소를 모두 배제한 채 오로지 실력만으로 선수를 뽑아 4강 진출이라는 신화를 이루어냈다.
양궁도 마찬가지다. 어느 학교에 다녔거나 어떤 팀에 소속돼 있다는 것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또한 양궁에는 심판들의 편파성이 개입될 여지도 없다. 지난 소치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심판들의 예술성 평가 때문에 금메달을 놓친 적이 있는데, 양궁은 오로지 과녁에 쏜 화살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

두터운 선수층
세 번째 이유는, 선수층이 두텁다. 남자 대표팀의 오진혁 선수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이다. 그런데 2016년 리우 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2020년 도쿄 올림픽 대표선수로 다시 선발되었다. 그의 나이는 올해로 40살이다. 반면에 오진혁 선수와 함께 국가대표로 선발된 김제덕 선수는 올해 17살의 고등학생이다. 17살 선수와 40살 선수가 한 팀에 선발될 정도로 선수층이 두터운 것이다.
한국양궁협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양궁선수팀은 초등학교 164개, 중학교 107개, 고등학교 68개, 대학 32개, 실업 37개 팀이 있다. 고교 남녀 선수 250명, 대학 150명, 실업 140명을 비롯해 총 2,000명 정도의 선수풀이 있다. 그리고 선수들 간의 실력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 사이에서는 올림픽 본선에서 메달을 따는 것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과학적인 훈련
네 번째 이유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 방법이다.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한국 남자 대표팀의 기량은 세계 최고였다. 그런데 결승전에서 미국에게 지고 말았다. 이유는 경기장 환경을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로 올림픽 경기장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거나 찾아가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이번 도쿄 올림픽 양궁 대표팀은 진천선수촌에 일본 유메노시마 양궁장과 똑같은 경기장 시설을 만들고, 실제 경기장 느낌을 주기 위해 대형 LED 전광판 2개를 비롯해 활을 쏘는 사대, 플랫폼부터 이동 펜스와 공동 취재구역 믹스트존, 레일캠, 초고속 카메라까지 하나하나 도쿄 올림픽 무대를 그대로 재현하였다. 그리고 일본어와 영어 멘트가 나오는 방송시설까지 갖추었다. 이런 시설에서 선수들이 하루에 500발 넘게 화살을 쐈기 때문에 올림픽 경기장에 섰을 때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그리고 바닷가에 위치한 유메노시마 양궁장 적응을 위해 신안군 자은도와 미얀마 양곤 등을 찾아 기후 적응훈련도 실시했다. 자주 변하는 바람과 강한 햇볕, 높은 습도에 적응함은 물론, 심지어 지진, 태풍 관련 훈련까지 실시했다.

정부, 지자체, 기업의 후원
다섯 번째 이유는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기업의 후원이다. 양궁은 비인기 종목이다. 그래서 실업팀 다수가 공주시청, 청주시청, 서울시청, 전북도청 등 지자체 소속이다. 그리고 현대자동차 그룹이 37년간 비인기 종목이었던 양궁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왔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1985년에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고, 아들 정의선 회장이 2005년부터 16년째 계속 대표팀을 후원하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2016년 리우 올림픽 직후부터 현대차의 혁신 기술을 이용해 고정밀 슈팅머신, 점수 자동 기록 장치, 심박수 측정 장비, 딥러닝 비전 인공지능 코치, 선수 맞춤형 그립 등 5개 분야의 기술을 지원하였다.
또한 정의선 회장은 2019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을 직접 방문해 꼼꼼하게 둘러본 후 한국에 돌아와 진천선수촌에 똑같은 경기장 시설을 건설하고, 도쿄 대회에서 예상되는 음향, 방송 환경 등을 적용한 모의대회를 개최하게 하였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에서도 미국 출장을 마친 후 급히 일본을 찾아 여자 단체전과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순간을 함께 하며 열띤 응원으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 대표팀은 5개의 금메달 중 4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최강 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는지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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