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유라시아인들의 얼굴 ©Eurasian Heritage Centre
이준길 변호사 (NC)
법학박사 SJD
joonkleedr@gmail.com

한 뿌리 같은 민족
최근 UN은 나라 이름을 터키(Turkey)에서 튀르키예(Turkiye)로 바꾸겠다는 터키 정부의 요청을 승인하였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지난 6월 24일자로 터키의 국명을 ‘튀르키예’로 변경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참고로 튀르키예는 ‘터키인의 땅’이라는 뜻이다.
세계 역사 속에서 근현대까지 유럽을 지배하며 아시안 파워를 보여준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바로 오늘날의 터키, 즉 튀르키예이다.
지금까지 아시안이 세계를 정복한 역사를 살펴보았다. 첫 번째는 4~5세기에 아틸라 왕으로 대표되는 훈족이었고, 두 번째는 13~15세기 칭기즈 칸이 이끈 몽골족이었으며, 오늘 살펴볼 마지막 세 번째는 14~20세기에 걸쳐 세계를 지배한 오스만 투르크족(돌궐족)이다.
사실 훈족, 몽골족, 돌궐족은 이름만 다를 뿐, 한 뿌리에서 나온 같은 민족이었다. 현재의 몽골과 만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반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한민족과도 인종적, 역사적, 문화적으로 중첩되고 공유하는 부분이 많았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지금도 헝가리와 튀르키예는 우리를 형제 국가라고 부르고, 몽골은 우리를 어머니의 나라라고 부른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
돌궐족(투르크족)은 6~8세기에 아시아에서 전성기를 이루며 성장했다. 절정기에는 중국의 수나라와 당나라가 돌궐 제국에 조공을 바치는 속국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돌궐 제국은 영토가 워낙 넓어서 동돌궐과 서돌궐로 나뉘어 분할통치를 하게 되었는데, 당나라의 지속적인 공격으로 동돌궐은 패망하고, 서돌궐은 서쪽으로 계속 이동하여 유럽으로 진출하였다.
이들의 후예들이 13세기 말에 오스만 투르크 제국을 건설하였고(오스만 1세), 1453년에는 동로마 제국을 멸망시켰다(메흐메트 2세). 그리고 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오스만 제국의 수도 이스탄불로 개명하였다. 오스만 제국의 국력은 점점 강성해져 시리아를 병합해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알제리아와 이집트를 정복했으며(셀림 1세), 이어서 헝가리, 바그다드, 예멘 등 유럽과 북아프리카까지 영토를 확장하였다.(쉴레이만 1세)
오스만 제국의 종교는 이슬람이었지만, 과거부터 살고 있던 기독교, 유대교 등을 인정하며 더불어 살았다. 이런 포용적인 정치 덕분에 오스만 제국은 무려 600년 동안 아시아와 유럽의 교차점에서 화려한 문화의 꽃을 피웠다. 이후 오스만 제국은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동맹국으로 참전했다가 패전국이 되어 영토의 대부분을 상실하였고, 1922년에 황제를 폐위하고 오늘날의 터키공화국으로 전환되었다.

유라시아 대륙
지난 2,000년의 세계 역사에서 아시아가 유럽을 지배한 시기는 무려 1,000년이 넘는다. 그 기간 동안 아시아인과 유럽인들이 무역, 전쟁, 결혼, 정치적 통합 등의 이유로 여러 민족이 뒤섞이며 ‘유라시안’이라는 혼혈 인종이 대거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실크로드로 이어진 중앙아시아 지역은 동양과 서양의 교역로였던 탓에 아시아인, 유럽인, 아랍인, 이란인 등이 교류하며 다양한 민족의 유전자를 공유하게 되었다.
사실 현재도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지리적인 위치와 몽골족의 통치를 200년 넘게 받았던 이유 때문에 유라시아라고 불리지만, 지난 2,000년 동안 아시안이 유럽을 1,000년 이상 점령하며 인종간 통합이 이루어진 점을 감안하면 유럽 전체를 유라시아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혼혈의 정도에 따라 유럽계에 가까운 유라시안과 아시아계에 가까운 유라시안이 있을 뿐이다.

당당한 자부심
미국에 살고 있는 아시안 인구는 6%로 아직 소수이고, 특히 코로나 이후 아시안 혐오 범죄가 증가하면서 심리적으로 조금 더 위축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 인구의 60%가 아시안이고, 지난 1,000년 이상 전 세계를 호령하며 살아왔다. 또한 유럽인들이 미국에 정착하기 훨씬 전부터 동아시아에서 이주한 우리 조상들이 이 땅의 주인이었다.
따라서 우리 한인들도 아시안으로서 더 크고 넓은 시야를 가지고 세계 무대의 당당한 주인으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