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쿠팡의 김범석 대표의 모습 ©newspublic
이준길 변호사 (NC)
법학박사 SJ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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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부자 한인
미국 내에서 많은 한인들이 크고 작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한인들은 특히 다른 어느 나라 이민자들보다 교육열이 높고 똑똑한 데다, 성실하고 열심히 사업을 하기 때문에 머지않은 미래에 재미 한인들 중에 반드시 미국 최고의 부자가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이것은 단지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왜냐하면 한인으로서 이미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최고 부자 순위는 주식 가격의 등락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그에 따라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등이 최고 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미국의 한인들 중에 미국 최고 부자겸 세계 최고 부자의 타이틀을 얻은 사람은 없다. 따라서 한인이 미국 최고의 부자가 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난 2000년에 당시 세계 최고 부자였던 빌 게이츠를 누르고, 단 며칠 동안이지만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 오른 한국계 사업가 손정의 회장이 있기 때문이다.

1년에 9개월 미국에서 생활
손정의 회장은 일본에서 소프트뱅크라는 회사를 운영하지만, 당시 미국의 여러 기업을 인수합병하기 위해 1년 중 9개월은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13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미국 주택거래 사상 최고가인 1억 1750만 달러(한화 약 1286억원)에 9 에이커 규모의 저택을 구입해 이를 미국 사업 확대를 위한 전진기지로 삼았다. 따라서 그는 미국에 살며 미국에서 사업하는 재미 한인과 비슷한 입장이다.
물론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손정의 회장은 법적으로 일본인이다. 그는 1990년에 일본에 귀화했다. 가난한 판자촌의 한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그는 일본의 노골적인 국적차별을 피해 가짜 성을 가지고 살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오면서 ‘손(孫)’이라는 본래 성이 들어간 이름과 한국 여권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업상 일본에서 한국 여권으로 생활하는 데 번거로움이 많아 결국 아내의 성을 먼저 ‘손’씨로 바꾼 후 자신도 ‘손’씨로 귀화했다.

우리 한인들도 가능
일본은 아직도 국적차별이 심해 재일동포가 일본의 재벌 기업과 경쟁해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재일동포 손정의 회장이 모든 악조건을 뚫고 일본 최고 부자를 넘어 세계 최고 부자가 될 수 있었다면, 미국의 재미교포들에게 무엇이 불가능하겠는가?
손정의 회장은 재미 한인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다. 그리고 버클리대 재학 시절 음성인식 전자사전 아이디어를 가지고 당시 최고 전문가였던 모더 교수를 찾아가 제품 개발을 제안했다. 그것이 성공해 지금의 소프트 뱅크를 창업할 자본금을 마련했다. 이후 손 회장은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애플 등의 일본 판매 독점권을 확보함으로써 지금의 대기업으로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이어 4차 혁명을 선도할 최신 정보와 기술을 소유한 수많은 미국 기업들을 사들였고, 2019년에는 USA Today를 포함한 미국 최대 언론그룹인 Gannett을 인수했다. 그가 투자한 알리바바 역시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했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
손정의 회장은 미국에 유학했고, 사업상 주로 미국에 머물고 있지만, 의외로 그의 영어 실력은 그렇게 좋지 않다고 한다. 중학생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며, 대신 주로 정확한 숫자를 사용해 대화한다고 한다. 재미 한인들 중에는 20살의 손정의처럼 좋은 아이디어를 가졌지만 돈도, 시간도, 기술도, 심지어 영어 실력도 부족한 이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손정의 회장은 미국에서 그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 극복했다.
얼마 전 손정의는 한국의 쿠팡에 3조원을 투자해 21조원을 벌었다. 쿠팡의 김범석 대표는 미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쿠팡 본사를 미국에 설립한 한인 1.5세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은 서울은 물론, 미국과 중국에도 사무실을 두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해낸 일을 김범석 대표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김범석 대표가 해낸 일을 다른 한인들도 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자기 자신에게 달렸다. “나도 할 수 있어”라고 믿는 사람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