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없이 못 사는 우리 아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부모가 어떻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까? ©kidok.com
심연희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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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사이버 세상
아이들이 어릴 때 툭하면 물건을 잃어버려서 구박하곤 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스마트폰은 절대 잃어버리는 일이 없었다. 스마트폰은 마치 손의 일부처럼 늘 딱 달라붙어 있었다. 후크 선장의 갈고리나 조니 뎁의 가위손처럼 아이들의 손에는 늘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 잠시라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금방 알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허리케인이 와서 정전이 될 때 가장 걱정하는 것도 역시 스마트폰! 충전을 못하게 되면 어쩌나, 인터넷이 안 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시대에 살게 되면서 이제 인터넷은 그저 있으면 좋은 삶의 한 부분을 넘어섰다. 온라인, 사이버 세상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삶의 필수조건이 된 것이다. 직장도, 학교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리고 이제는 예배까지 인터넷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1차 산업혁명이 도시라는 공간을 창조했다면, 인터넷 기술은 사이버의 세상이라는 공간을 창조했다. 아이들은 게임, SNS(트위터, facebook, 인스타그램, 카카오톡/스토리, 밴드, Snapchat 등), 유투브 등의 공간에서 서로를 만나고 소통한다. 좋은 강의나 예배조차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에게 가장 편한 시간에 편한 장소에서 편한 차림으로 입맛 따라 기분 따라 상황 따라 쏙쏙 골라 들을 수 있다. 정말 놀라운 세상이 아닌가.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나 어른들이 사이버 세상에 집착할 때 발생한다.

다른 애들도 다 하는데요…
간혹 며칠씩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며 게임을 하거나,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계속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걸려서 지적을 받고 부모에 의해 상담소로 끌려오는 청소년들이 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스마트폰이나, SNS 사용, 게임 등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른 아이들도 다 하는 것인데 우리 부모님만 별나게 과민반응을 보인다며 오히려 부모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국 아이를 데려온 부모만 속을 끓인다.
게임을 계속하면 인터넷을 끊어버리겠다고 협박도 하고, 스마트폰을 빼앗아 보기도 하지만 결국 부모가 또 지고 만다. 인터넷이 없으면 학교 공부도 숙제도 할 수 없고, 부모 역시 인터넷이 없이는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인터넷을 멀리하게 만드는 뾰족한 방법은 없어 보인다.

인터넷 중독 진단
현재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DSM-V)에는 인터넷이나 게임을 중독의 진단명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생겨날 가능성과 필요 항목에만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다른 중독(술, 담배, 마약 등)의 기준을 살펴보면, 게임이나 인터넷 사용이 ‘중독’ 상태에 이르렀는지 비교해볼 수 있다.

  1. 일상생활을 지배한다. 하루 중 인터넷이나 SNS, 게임 등을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으며 몰두나 집착이 심해진다.
  2. 금단증상이 있다. 스마트폰이나 게임을 하지 않으면 불안, 짜증, 우울 등을 경험하며 어쩔 줄을 모르고 안절부절한다.
  3. 내성이 증가한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게임, SNS 등에 소비하는 시간이 계속 늘어난다.
  4. 건강한 다른 취미생활이나 모임, 활동 등이 줄어든다.
  5.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사용하여 학교 성적이 떨어지거나 가족과의 불화가 계속 되는데도 멈출 수 없다.
  6.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을 속인다. 자신이 얼마나 오래 게임을 하고, 인터넷을 사용하는지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
  7. 슬픔, 무기력, 죄책감, 불안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그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인터넷이나 SNS, 게임을 한다.
  8. 대인관계, 직장, 학교 등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긴다. 밤새 게임을 하고 출근해 업무능력이 떨어지고, 이것이 반복되어 경고를 받거나 해고되기도 한다. 학생들은 성적이 바닥을 친다. 사람들을 만나도 계속 스마트폰만 신경쓴다.
  9.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게임으로 밤을 새거나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에게 ‘너는 인터넷 중독’이라고 말하면 펄쩍 뛴다. 오히려 그런 말은 정서적 학대라며 상처받았다고 부모에게 화살을 돌린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생각해보면 인터넷, SNS, 게임 등이 가져다준 장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은 우리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출처이다. SNS는 사람들과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리고 게임은 재미나다. 인터넷 게임을 통해 친구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무조건 나쁘다고,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더욱이 중독이라는 비난으로 시작한 대화는 곧 싸움으로 이어지고 관계단절로 끝나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먼저 그것이 가진 많은 장점들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게임을 할 정도의 나이라면 무엇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서 나름대로 생각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그 이상으로 단점도 많다는 것을 스스로 생각하고 확인하지 않으면 부모의 조언은 귓등을 스치는 잔소리일뿐이다.
특히 청소년기 아이들과 대화할 때 가장 효과적인 대화법은 좋은 질문이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엄마, 아빠는 이런 부분이 좀 걱정인데 너는 어떠니?”라는 질문이 대화의 시작이다. 비난과 공격의 어조가 아닌, 같이 한번 생각하고 고민해보자는 접근이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을 연다. 야단보다 먼저 한번 묻자. 아이들이 꽤 똑똑하다는 것을 믿자. 그것이 긍정적인 도전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를 놓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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