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드 포크(Pulled pork)와 밥, 두부 계란 부침과 딸기 ©스마일 엘리

안 먹는 아이를 위한 식단
오늘은 약속드린 대로 저희집 아이들에게 만들어 먹인 미국식 유아식 식단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요, 제가 저희 아이들 식단을 보여드리는 이유는 우리 아이들 잘 해먹이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고요, 너무너무 안 먹는 아이에게 이렇게 먹였더니 잘 먹어주더라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한 것입니다. 식단을 보시면 저희 와플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게 되실 겁니다.

아침 메뉴
아침식사는 아이들도 입이 깔깔해서인지 많이 안 먹어요. 그래서 최대한 간단하고, 가벼운 걸로 먹입니다. 대신 영양소는 생각해서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비타민이 골고루 들어가도록 식단을 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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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후라이와 요거트에 그래놀라 섞은 것, 그리고 블루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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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밤식빵, 그래놀라, 사과입니다. 미국에는 밤식빵이 없어요. 그래서 먹고 싶으면 자급자족해야 합니다. 제제는 밤도 잘 먹고 밤식빵도 잘 먹는데, 와플이는 밤식빵의 핵꿀맛인 밤은 골라내고 빵만 먹어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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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과 삶은 계란, 딸기입니다. 이 날은 아침 메뉴로 프렌치 토스트를 생각했는데, 아침에 와플이가 와플을 먹고 싶다고 해서 바로 메뉴 변경. 계획한 게 있어도 먹고 싶다는 게 있으면 무조건 해줍니다. 안 먹는 아이는 뭐라도 먹어주면 고마우니까요.^^;;
와플이는 6개월 전만 해도 삶은 계란을 안 먹던 아이였어요. 그런데 이제는 삶은 계란도 먹어요. 노른자는 아직 먹는 날도 있고 안 먹는 날도 있지만 언젠가는 다 먹는 날도 오겠죠.

점심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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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잡채, 치즈, 딸기입니다. 잡채면보다 소고기가 메인인 잡채입니다. 야채라고는 생당근만 먹는 와플이에게 새로운 메뉴를 소개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예를 들면 와플이는 소고기는 그럭저럭 먹기 때문에 먼저 소고기에 살짝 간을 해서 주다가, 면 종류를 좋아하니까 잡채면과 소고기를 볶아줍니다. 그리고 생당근을 잘 먹으니까 잡채면과 소고기에 생당근을 잘게 썰어 넣어주고, 다음에는 당근도 같이 넣어 볶아줍니다. 마지막으로 시금치를 아주 소량만 넣어서 익숙해지게 한 다음, 드디어 모든 재료를 넣고 볶은 소고기 잡채를 먹게 되는 거지요. 생당근만 겨우 먹던 와플이에게는 정말 장족의 발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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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채만두, 콘샐러드, 사과입니다. 이곳에는 만두피가 없어서 완탕피로 만들다보니 색깔이 까무잡잡합니다. 이날은 새로운 시도를 했어요. 옥수수를 안 먹던 와플이가 며칠 전 옥수수를 숟가락으로 퍼 먹는 기적 같은 일이 있었기에 과감하게 콘샐러드에 도전했지요. 그런데 안 먹습디다… 엄마의 과욕은 자신을 살찌게 할 뿐. 결국 제 입으로 다 들어갔거든요. ㅜ.ㅜ
그래도 괜찮아요. 옥수수 안 먹던 와플이를 위해 옥수수 한 알씩 식판에 놔주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숟가락으로 퍼먹으니까요. 콘샐러드는 마요네즈 한 방울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죠, 뭐. 한 방울에서 두 방울, 세 방울, 그렇게 늘리다보면 마요네즈 듬뿍 들어간 콘샐러드도 먹는 날이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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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옥수수를 먹게 된 과정도 그랬어요. 위 사진처럼 식판에 한 알씩 놓아 주었는데 어느 날 동생이 옥수수 먹는 것을 보고 그 한 알을 먹고, 그러다 두 알, 세 알, 다섯 알… 그래서 먹는 재미를 느껴보라고 오븐에 버터구이를 해서 줬는데 그걸 먹더라고요. 그러고는 옥수수 맛을 알게 되어 그 후로 옥수수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어요.
‘이제 옥수수도 먹는구나!’ 싶어서 옥수수 캔을 사왔는데, 먹고 싶다길래 한두 알 입에 넣어줬는데 그걸 통째로 가져가서 제제랑 둘이서 숟가락으로 퍼 먹고 있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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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국에 밥입니다. 원래는 만두국만 주려고 했는데, 밥도 달라는 와플이. 국을 보면 밥을 말고 싶은 숨길 수 없는 한국인의 피!!! 넌 내 아들이 틀림없구나! ㅎㅎㅎ

저녁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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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야채 볶음, 치즈, 귤입니다. 생당근 말고는 입에도 안 대던 와플이가 세상에 양파, 완두콩, 당근, 옥수수가 뒤섞인 야채 볶음을 먹습니다! 이것도 처음에 쇠고기만 줬더니 잘 먹어서 야채를 하나둘씩 추가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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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지 파스타, 갈릭 브레드, 블랙 올리브와 청포도입니다. 소스를 전혀 먹지 않아 파스타 면만 먹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소스에 버무려진 파스타도 먹습니다. 소스에 버무려진 파스타를 먹게 한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로 파스타 면만 먹이다가 2단계로 우유에 비벼주었어요. 3단계는 와플이가 보는 앞에서 생크림을 우유라고 하면서 넣어서 크림 파스타 조리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먹게 하고, 4단계는 본격적으로 크림 파스타를 만들어줬더니 크림 소스에 버무려진 파스타도 거부감 없이 먹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에 치킨을 추가해서 알프레도 파스타를 만든다든지 했습니다. 그렇게 익숙해지고나니 토마토 베이스 소스로 된 파스타도 곧잘 먹게 되었답니다.

제가 처음 미국식 유아식을 시작했던 1년 전 와플이의 식판과 지금 식판을 보면 얼마나 많은 발전을 했는지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때만 해도 먹는 것이 좀 다양하고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냥 이대로 먹어주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야채를 다양하게 먹지 않아서 마음이 쓰이지만, 야채 대신에 과일을 잘 먹고, 1년 사이에 먹을 수 있는 야채가 4종류 이상 늘었으니 1년에 한 가지씩 더 늘리는 걸로 목표를 세우면 나중에는 다 먹게 되지 않을까요?

안 먹어도 할 수 없지만, 어느 분이 댓글로 아드님이 편식이 심하고 안 먹는 것들이 많았는데, 다 커서 술을 먹기 시작하니까 못 먹는 거 없이 다 잘 먹더라고 하셔서 ㅋㅋㅋ 저도 16년 후를 좀 기대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안 먹는 아이를 두신 어머님들~, 속상한 마음 저 너어무 잘 알아요. 그렇지만 마음을 비우시고, 와플이 담당 의사 선생님이 하신 말처럼 안 먹는 걸 먹이려 하지 말고, 잘 먹는 걸로 많이 먹여 보아요. 화이팅~~~!!!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워싱턴주 모제스 레이크(Moses Lake)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email protected]